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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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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잠에 취해 있었는데
따스한 품에 안겨 꿈속을 헤메고 있었는데
우악스런 손길에 머리채가 잡혀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
옆에 있던 사내는 어디로 가버린걸까
차가운 공기, 음흉함을 감춘 조롱소리
사람들이 내뿜는 입김 너머로 희뿌연 새벽은 밝아오고
나는 누군가의 발치 아래로 끌려갔다.
돌을 든 사내들의 비아냥거림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나를 향한 것인지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을 향한 것인지
사람들은 손에 든 돌을 갖고 놀듯
겨우 홑이불에 맨몸을 숨긴 나를 들먹이며
저 사람을 향해 말한다.
돌로 치리이까 말리이까?
그분의 입에 죄많은 내 존재가 들려지고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선 나는
얼굴을 알 수 없는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게 들려오는 건 흙바닥을 긁적거리는 글쓰는 소리
다시 사람들은 달리고 더 달리기를 원하는 말들처럼
사나운 목소리에 살기를 묻어 돌로 치랴 말랴 고함을 질러댄다.
오, 주여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제발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순간 사내들의 소리가 멈추고 움직임도 멈추고
성전 마당 나를 둘러선 뭇 사내들의 깊디 깊은 영혼까지
성전 휘장을 지나 저 깊은 지성소까지
그분의 말씀이 회리바람처럼 휘몰아친다.

그분의 말씀에 부딪힌 내 영혼의 기억 상자는 자물쇠가 풀려지고
지나간 나날들의 내 잘못들이 너풀거리는 옷깃처럼 살아오른다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고
율법을 어긴 죄인, 사람을 아프게 한 내 잘못들이
내 폐부를 찌른다.
오, 주여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제발
제발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신음하며 울음을 토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해는 떠올라 주의 은총같은 햇살을 비추고
성전 저만치에 서서 율법을 읽는 겸손한 사람들의 낮은 읊조림이 들려오는데
나와 그분을 둘러싼 사람들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천천히 눈을 들어 주위를 살피다
지금까지 내 앞에 서 있었던 그분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윽한 저 분의 눈길은
가늘게 떨리는 내 눈을 보시는걸까
눈물로 얼룩진 내 얼굴을 보시는걸까
죄로 얼룩진 내 영혼을 바라보고 계신것일까?

다시 그분은 말씀하신다.
나도 너를 정죄치 아니하노니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조용한 그분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햇살을 따라 안개가 사라지듯 죄는 녹아지고
그분의 말씀이 나를 살리고
겹겹이 짓누르던 죄의 사슬들이 산산히 부서지고 사라진다.

  • ?
    노승욱 2005.02.01 11:47
    시인과 농부.. 목사님을 표현할 때 쓰고 싶은 표현이죠. 너무나 감동적인 시를 읽듯이 글을 읽었습니다.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인의 죄와 나의 죄가 하등 다를바가 없는 듯 합니다. 오직 주님의 자비로운 말씀만이 나를 살리시기를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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