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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6.07.07 23:21

추비를 주고 나오며

조회 수 3156 추천 수 2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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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올해 논에는 풀뽑을 일이 별로 없어 논에 들어갈 일이 영 없습니다.^^</P>
<P>맨날 풀밭 만들어서 잔디구장으로 쓸 거냐고 놀림 받았는데 말입니다.</P>
<P>그래도 가끔 논에 발을 디딜 때마다 중얼거리며 조심조심합니다.</P>
<P>논에 별의별 생명체들이 다 있어서 자칫 발을 함부로 디디다가</P>
<P>그 아이들 놀래킬까봐 말입니다.</P>
<P>오늘은 오랜 만에 황토와 쌀겨 등으로 미리 만들어 두었던</P>
<P>발효시킨 추비를 가지고 들어가 골고루 뿌려주었습니다.</P>
<P>물을 뺀 논이라 물을 가득 대놓았을 때보다는 좀 덜하지만</P>
<P>그래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P>
<P>추비담은 통을 미리 툭툭 치기도 하고, 헛기침을 하기도 하고</P>
<P>'애들아 조심해라 발 디딘다' 말을 하기도 하면서</P>
<P>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추비를 뿌려 주었습니다.</P>
<P>파닥거리며 흙탕물을 일으키며 피하는 올챙이와 미꾸라지들</P>
<P>여전히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 하는 소금쟁이</P>
<P>본체만체하며 둘이 붙어 열심히 사랑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는 우렁이들</P>
<P>발가락 사이에서 혹은 발바닥 아래에서 발을 간지럽히며</P>
<P>얼른 비키라는 이름 모를 어떤 것들......</P>
<P>두어 시간 골고루 뿌리고 나니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P>
<P>땀을 흘릴 때는 안경이 참 많이 불편합니다.</P>
<P>하지만 홀가분해진 통과 마음을 가지고 다시 조심스레 걸어 나오다</P>
<P>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합니다.</P>
<P>오랜만에 파란 하늘 조각이 서산 위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P>
<P>절로 웃음이 얼굴 가득 흐릅니다.</P>
<P>감사, 감사,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하심</P>
<P>이렇게 농사짓게 하심</P>
<P>저 하늘을 바라보게 하심이 얼마나 감사한지</P>
<P>시원한 저녁바람보다 더 달콤한 그 무언가가 코끝을 스칩니다.<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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