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조회 수 3646 추천 수 27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는 다시 밭으로 갔다.
처음 이곳에 내려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던 그밭으로
지난 3년 동안 묵혀 두었던 그 밭으로
낫 한자루 톱 하나 그리고 물통을 챙겨 들고 밭으로 갔다.
가시덤불이 숲을 이루고
망초들 줄기가 내 키보다 더 웃자라
미친년 머리카락처럼 헝클어지고 널브러진 그 밭으로

여기에는 다랑이 밭들이 모두 일곱개나 있다.
이제 겨우 세 군데를 손보아 밭으로 모양을 만들었다.
풀들을 잘라내고 돌들은 골라내고
바위들도 캐내어 밭 언저리로 굴러낸다.
밭둑에 서 있는 나무들은 톱으로 잘라 낸다.

농사를 지어서는 제대로 살 수 없다는 형제들의 말과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자립이 힘들다는
형제들의 생각을 듣고 나는 다시 낫 한자루
톱 하나 들고 밭으로 갔다.

농사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시는 일인지
농부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내 마음먹은 대로
농촌 공동체를 이루는 길이 여기에 있음을 알기에
형제들 말을 다 듣고도
나는 다시 이곳 밭으로 돌아 왔다.

멋모르고 처음에는 자라난 풀들을 베어내고
나무들을 잘라내는데
풀은 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비록 사람들은 저를 반겨하지 않아도 생명으로 살아남아
지금껏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것을
예리한 낫으로 톱으로 잘라내노라니
자꾸만 가슴이 애려온다.
저도 생명인데 생명을 살린답시고
나는 또 다른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4월 햇살을 받아 나무들은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연초록 새순을 내는 것을
나는 가지를 꺽고 줄기를 잘라내고 있다.
미안타 참으로 미안타
나무가 아파하는 것 만큼 내 마음도 아파와
자꾸만 풀을 캐내며
나무를 잘라내며 속으로 입으로 중얼거린다.

생명이 살려면 생명이 죽어야하는구나.
이리하여 내 예수님이 나 같은 죄인 살리시려
십자가에서 못박히셨구나.
죽어야 사는 이 평범한 진리를 위해
주님은 죽으셨구나.
강한 나뭇가지가 약하디 약한 채소들을 살리겠다고
낫에 톱에 잘리워 나가듯이
내 주님이 못박히시고 창에 찔리셨구나.
나는 이 밭에서
묵혀졌던 이 밭에서 풀을 자르고
나무가지를 꺽으면서
생명이 죽어가는 것으로 인하여 울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서

미안타 참으로 미안타 중얼거리면서
날 위해 죽으신 주님으로 인하여 울고 있다.

  1. 숭실고등학교 부흥회인도

    Date2003.05.02 By무익한 종 Views3845
    Read More
  2. 성토모 식구들에게

    Date2005.01.22 By무익한 종 Views3830
    Read More
  3. 나는 늘 허기지다

    Date2005.11.26 By무익한 종 Views3829
    Read More
  4. 저수지??

    Date2003.05.02 By무익한 종 Views3767
    Read More
  5. 사랑하는 여러분

    Date2008.04.22 By무익한 종 Views3734
    Read More
  6. 왜 고추를 심니?

    Date2004.08.20 By무익한 종 Views3731
    Read More
  7. 닭장을 통해

    Date2005.09.08 By무익한 종 Views3686
    Read More
  8. 담쟁이 넝쿨처럼

    Date2009.01.01 By무익한 종 Views3678
    Read More
  9. 미안타 참으로 미안타(02.4.12)

    Date2003.05.07 By무익한 종 Views3646
    Read More
  10. 3월 20일 하루

    Date2003.05.02 By무익한 종 Views3642
    Read More
  11. 마가 요한

    Date2003.05.07 By무익한 종 Views3622
    Read More
  12. 벌써 칠 년이래요

    Date2004.12.10 By무익한 종 Views3614
    Read More
  13. 컨테이너 철거작업

    Date2010.03.31 By무익한 종 Views3600
    Read More
  14. 눈을 치우며(02.2.13)

    Date2003.05.07 By무익한 종 Views3582
    Read More
  15. 너는 집을 지으며 무슨 생각을 하니?

    Date2004.05.31 By무익한 종 Views3578
    Read More
  16. 내 앞에서 똥 쌀 때

    Date2006.09.27 By무익한 종 Views3577
    Read More
  17. 아무도 가지 않는 길

    Date2008.03.09 By무익한 종 Views3505
    Read More
  18. 허물을 품는 내 주님처럼

    Date2006.01.05 By무익한 종 Views3504
    Read More
  19. 오늘 밭에서 한 일들

    Date2008.05.01 By무익한 종 Views3489
    Read More
  20. 말구유

    Date2005.12.28 By무익한 종 Views348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