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월도 가고 11월도 기울어갑니다.
밤늦도록 작업이랍시고 컴퓨터를 끼고 앉아 있다
너무도 고요한 어둠을 향해 창을 열었습니다.
먼저 방으로 찾아들어온 것은 청하지 않은 싸늘함이지만
잠시 눈을 감고 긴 호흡으로 숨을 들이키며 눈을 가늘게 뜨면
안개를 덮고 깊이 잠든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서 철없는 개짓는 소리 들리지만
내 호흡 길게 내쉬는 것도 잠든 그 누군가의 숙면을 방해하는 듯하여
쉴듯말듯 한참을 그냥 그렇게 어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창을 닫고 다시 한 번 눈을 감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작은 슬픔 하나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낯설지 않은 친구같아 밀치지 않고 그 슬픔을 받아들입니다.
주님, 긴 밤을 홀로 기도하시다 눈을 뜨시기 전
옆에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주님, 당신도 이 슬픔을 만나셨었나요?
그리하여 잠자리에 누워서도 뒤척이며
아버지의 이름이라도 부르셨나요?
어떻게 주님은 갈릴리 먼지 풀풀 날리는 그 길을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셨나요?
골고다 그 좁은 언덕길은 채찍과 비웃음 속에서도 어찌 홀로 오르셨나요?
내 마음으로 허락도 없이 스며든 이 작은 슬픔을 안고 있노라면
주님, 나는 당신이 그 길을 어떻게 걸으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슬픔과 고독은 내 마음을 더욱 정갈하게 만들고
투명하게 만들어 어둠 저 너머에 계신 내 님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기 때문이지요.
어둠도 이 밤도 그리고 올해도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