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09.11.26 00:29

깊은 밤 어둠 속으로

조회 수 285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느새 10월도 가고 11월도 기울어갑니다.

밤늦도록 작업이랍시고 컴퓨터를 끼고 앉아 있다

너무도 고요한 어둠을 향해 창을 열었습니다.

먼저 방으로 찾아들어온 것은 청하지 않은 싸늘함이지만

잠시 눈을 감고 긴 호흡으로 숨을 들이키며 눈을 가늘게 뜨면

안개를 덮고 깊이 잠든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서 철없는 개짓는 소리 들리지만

내 호흡 길게 내쉬는 것도 잠든 그 누군가의 숙면을 방해하는 듯하여

쉴듯말듯 한참을 그냥 그렇게 어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창을 닫고 다시 한 번 눈을 감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작은 슬픔 하나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낯설지 않은 친구같아 밀치지 않고 그 슬픔을 받아들입니다.

 

주님, 긴 밤을 홀로 기도하시다 눈을 뜨시기 전

옆에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주님, 당신도 이 슬픔을 만나셨었나요?

그리하여 잠자리에 누워서도 뒤척이며

아버지의 이름이라도 부르셨나요?

어떻게 주님은 갈릴리 먼지 풀풀 날리는 그 길을 홀로 터벅터벅 걸어가셨나요?

골고다 그 좁은 언덕길은 채찍과 비웃음 속에서도 어찌 홀로 오르셨나요?

 

내 마음으로 허락도 없이 스며든 이 작은 슬픔을 안고 있노라면

주님, 나는  당신이 그 길을 어떻게 걸으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슬픔과 고독은 내 마음을 더욱 정갈하게 만들고

투명하게 만들어 어둠 저 너머에 계신 내 님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기 때문이지요.

 

어둠도 이 밤도 그리고 올해도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 ?
    mission 2011.07.07 13:24

    제게 깃든 슬픔과 고독도 주님을 더욱 선명하게 발견하는 길이면 좋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나는 오직 그분의 손에 이끌리어 무익한 종 2009.09.25 2194
69 그리스도 안에서의 회의 무익한 종 2009.10.16 2051
68 고철들을 정리하며 무익한 종 2009.10.20 2072
67 오시는 손님들 무익한 종 2009.11.15 2216
66 아직 멀었는데도 무익한 종 2009.11.25 2237
65 향나무 한 그루 무익한 종 2009.11.26 2321
» 깊은 밤 어둠 속으로 1 무익한 종 2009.11.26 2858
63 늦은 밤에 1 무익한 종 2009.11.28 2727
62 나는 죽고 주의 사랑이 주의 말씀이 무익한 종 2009.12.06 3027
61 중앙아시아에서 돌아오며 무익한 종 2009.12.14 2733
60 공동체를 잘 살아가는 길 무익한 종 2009.12.22 2804
59 왜 머뭇거렸는지 아니? 무익한 종 2010.01.10 2888
58 파이잘리 1 무익한 종 2010.01.10 3139
57 나는 바람개비 1 무익한 종 2010.01.11 3238
56 겨울이 긴 이유 무익한 종 2010.01.27 2809
55 시골 마을 사역자들과 1 무익한 종 2010.02.07 2822
54 젊은 제자들과 무익한 종 2010.02.07 3008
53 캄보디아여 일어나라 2 무익한 종 2010.02.17 3917
52 신실하신 주님처럼 무익한 종 2010.02.26 3072
51 비를 내리십니다. 1 무익한 종 2010.02.27 3132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