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동안 집에 칩거하고 조용히 몇 가지 일을 하였습니다.
공동체에게 주신 농업은 늘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동체 식구들의 자립과 선교라는 것입니다.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쌍둥이 혹은 그림자 같습니다.
선교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되는지는 먼저 공동체에서 실험되어지고
자립이라는 열매를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식구들을 보내시고, 또 새로운 가정이 더해지려는 올해
지금까지 해오던 양계만으로는 중과부적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양돈을 시작하려는데 이 일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땅문제부터, 양돈은 워낙 악취가 난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도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공동체 식구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까지
그리고 재정적인 현실까지
그래서 사흘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집을 새로 짓는 일입니다.
두 가정이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양돈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집을 그리다 지치면 잠시 눈을 감고 눕습니다.
비몽사몽간에도 두 가지만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이제 사흘의 시간이 흐르고 주일입니다.
주일이 지나 다음 주가 되면 나는 경마장의 말처럼 앞으로 뛰어갈 것입니다.
다시 이 밤 심호흡을 가다듬고 비가 내리는 먼산을 바라봅니다.
생각을 할 때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 사심들, 헛된 모든 것들을 먼저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나는 주님 그분의 발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처럼
나를 묵묵히 바라보시는 그분 앞에서 생각을, 그림을 펼쳐갑니다.
내가 위험한 곳으로 손을 내밀면 그분은 나를 바라보시다 손을 내미십니다.
내 눈 역시 그분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눈이 마주치면 나는 멈춥니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지우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합니다.
비를 내리십니다.
소리없이 내리며 대지를 적시는 비는
내 어깨를 쓰다듬으시며 수고하였다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처럼
부드럽게 내 영혼을 감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