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보은서신

by 무익한 종 posted May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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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명한 물빛 빗방울들이 부딪히며 부서지는 자리마다

연초록 오월의 연한 나뭇잎은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갑니다.

그 냥 작은 물방울이 부딪히고 구르다 땅으로 떨어질 뿐인 것 같은데

하얀 꽃 노란 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생명빛 초록 새순이 돋고

키가 자라고 잎사귀 넓어지는 것을 보면 하늘에서 내리시는 비는

단 순한 물이 아닌가 봅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사는 게 뭐가 그리 바쁜지 소식을 드린다 드린다 마음먹은 것은 한참 전인 것 같은데 이제야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의 게으름이 무심함으로 여겨져 괜히 마음을 서운하게 해드린 것은 아닌지 송구한 마음으로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한참을 쳐다보다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보 나콤과 선교

올해 상반기에 저희 공동체는 양계학교와 풍력학교를 열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양계와 풍력학교가 그 동안 발 없는 말이 십리를 간다고 세계 곳곳에 계신 선교사님들에게 입소문이 났나 봅니다. 학교를 개설할수록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선물로 주신 양계와 대안에너지에 대한 기술과 경험들을 나눌 수 있게 하시니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주 예수님이 생명의 떡으로 오셨으니 아시아 19억 3천 6백 만 가난한 농민들에게 양계와 농업을 통해 떡을 해결 할 수 있는 기술을 나누고, 예수님이 세상의 빛으로 오셨으니 어둠을 밝히는 빛을 나누는 일을 저희에게 하게 하시니 법궤를 옮겨오는 무리 앞에서 춤을 추던 다윗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풍력에너지는 공동체에 5대를 설치하였고, 바누아투라는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에 수출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야 에너지가 풍족하고 값이 싸기에 저희가 만드는 것들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전기가 없는 나라, 가난한 선교지에서 이것은 어둠을 몰아내는 신기한 것으로 여겨지며 선교의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5월 27일에는 중앙아시아 4개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6월 14일에 돌아오는 일정인데 우탄, 카탄, 타탄, 키탄을 차례로 방문하여 그곳 현지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과 현지 사역자들을 위해 양계와 농업 세미나로 섬길 예정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모슬렘 국가는 종교 공동체 국가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사람들이 예수를 믿더라도 그 다음이 참 난감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취직해서 먹고 사는 것이나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 등 집단주의 사회에서 다른 길을 걷는 자에 대해 말할 수 없이 냉혹한 것이 그곳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하는 양계를 바탕으로 농업 생산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공동체에서 저희와 같이 아이들을 성경에 바탕을 두고 교육을 시키고 성경적 원리의 가정을 이루게 된다면 농업공동체는 그 사회에서 상상하기만 해도 신나는 일들이 일어나리라 예상합니다. 이번에 가서는 일차적으로 양계와 농업에 대한 세미나를 해드리고 이어서 그곳에 실험 양계장을 한 동씩 건축하여 1년 정도를 지켜본 후에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다면 대단위로 모금을 실시하여 3000수 규모의 대형 양계장을 세우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중 국 운남성 작은 마을에 세운 농장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차마고도 상의 소수민족 청년들 10여 명이 농장에 모여 농업을 배우는 중입니다. 양계를 배우고 양돈을 실습하고 그리고 각종 밭농사를 익힙니다. 가르치는 것은 농업인데 나누는 중에 성령이 역사하시고 말씀이 꿈틀거리며 사람들을 변화시키시는 것을 봅니다. 주님 하시는 일이 정말 놀랍고 생명을 다루는 농업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리 주 예수께서 '내 아버지는 농부'라고 하신 말씀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보 나콤의 건축

올해 봄에는 공동체에 새로 들어오게 되는 가정을 위해 집을 한 채 신축하는 중입니다. 사실은 어제까지 벽체 세우는 일을 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맑은 하늘 아래서 장선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톱질과 망치질을 하루 종일 하면서 이 땅에 농부로 오셨던 내 주님의 삶을 곰곰이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집이 저희 공동체가 이곳 대원리에 들어온 이후 9번째로 짓는 집이 됩니다. 오늘 멀리서 손님이 오셨는데 이 분은 약 3년 전에 다녀가신 분이시거든요. 오늘 못주머니를 차고 작업을 하는 저를 보시고는 여긴 올 때마다 공사한다며 웃으십디다. 저도 따라서 껄껄 웃었습니다.


나 그네

1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공동체와 마을은 정말 놀랍도록 많이 달라지고 안정을 얻었고 공동체 밖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공동체는 하나의 단단하고 견고한 성이 되어 저와 우리 공동체 식구들로 하여금 안주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주 안에서 평안은 누려야겠지만 편안을 추구하는 마음 자세는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다윗은 방황의 세월을 다하고 주님의 은혜로 다윗성을 세웁니다. 그러나 다윗은 압살롭의 반역이 있었을 때 시온성을 의지하지 않습니다. 법궤를 앞세우고 아무 망설임없이 시내를 건너 광야로 나아갑니다. 그는 노래하기를 여호와여 주님이시여 오직 당신이 나의 산성이십니다. 나의 반석이시오 피난처가 되십니다. 라고 노래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머무르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처럼 저도 오직 복음을 위해, 주님 다시 오실 그 길을 예비하는 일을 위해 머무르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려나가고 싶습니다.

여러 분, 평안하시고 더운 여름철을 주님의 은혜로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참, 요즘 계란이 정말 많이 나와요. 사 드시던 분은 조금 더 드시거나 나눠 드시고 잘 모르셨던 분은 사서 드셔보세요. 저희 양계장의 닭들은 선교하는 귀한 저희의 동역자들이라는 걸 알고 계시죠?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평안하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