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외딴섬이라서 시를 쓴다. 피할 수 없는 외딴섬이라서, 그 속의 심연 때문에 글을 쓴다. 심연이 내지르는 비릿한 검은 절규, 외딴섬이 부르짖는 그의 시는 여전히 무채색이다. 그 누구도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아무도 외딴섬이 아니다.
전에는 내가 여전히 외딴섬이었을 때 스스로 외딴섬이 아니려고 대륙에 붙어 보려고 안간힘으로 글을 썼다. 비린내 나는 시를.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전에는 내가 티끌처럼 날려가버리지 않으려고 매달려보려고 발버둥치며 글을 썼다. 우울하게 몸속 기름을 태웠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 눈먼 말들을 덧없이 토해냈다. 미치지 않으려고 미친 듯 발악했다.
그제나 이제나 여전히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이제는 내가 존재하므로 글을 쓴다. 내가 우주보다도 귀하기에 글을 쓴다.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니기에 대륙의 중심부에 붙어있기에 쓴다. 안간힘으로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의 팔이 나를 붙잡아 주기에 글을 쓴다. 그 누구도 뗄 수 없는 그 팔의 힘 때문에 쓴다.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티끌조차도 꿈이 있고 지렁이와 개미까지도 하나 되고자 하는 꿈이 있기에 글을 쓴다. 여전히 이제나 저제나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포기되지 않았기에 글을 쓴다.
*하덕규의 노래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에서 인용.
서림 최승호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시인, 대구대학교 교수(국어교육학과) 서울 성광감리교회 집사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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