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싸우고 있네, 학처럼 길고 부드러운 그가 정말 지치지 않고 독수리처럼 싸우고 있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그의 내면 깊은 산 계곡처럼 살아 움직이네, 그의 얼굴, 계곡에 흐르는 가을 물처럼 맑게 찰랑찰랑 하네, 싸움에 지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기도하네, 밥 먹다가 강의 듣다가도 기도하네, 기도 막혀 가끔 그가 지치면 어항속 열목어들 법칙처럼 시들시들하네, 열목어 옆 벤자민도 축축 늘어지네, 벤자민 밑 어머니도 따라 골골거리네, 비싼 옷 일부러 사지 않는 그가 잘 빨아 입은 남방 같은 그가 지나가는 쪼글쪼글한 노인에게 용기내어 붕어빵 한 봉지 사주면, 도라지, 고사리 파는 좌판 노인에게 쑥스럽게 국화 한 다발 건네주면, 국화향기보다 더 깊은 그의 냄새만큼 이 동네 공기가 퐁퐁 부풀어 오르네, 공기속을 아이들이 퐁퐁 튀어 달리고 그 옆 지친 더러운 플라타너스도 발끝에 힘주어 물을 빨아 올리네, 플라타너스 밑 불쌍한 애완용 강아지도 반짝반짝 모처럼 털에 빛이 나네, 하늘 쳐다보며 속 깊이 감사하면 그의 눈빛 가을 하늘보다 깊어지고 멀리 떠나온 집의 공기도 살아나네, 열목어, 벤자민, 어머니도 파닥거리네, 내면에선 독수리 날개치며 싸우는데 그의 이마 학의 알처럼 빛나네.
최승호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시인, 대구대학교 교수(국어교육학과) 서울 성광감리교회 집사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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