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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3.05.07 17:03

눈을 치우며(02.2.13)

조회 수 3580 추천 수 36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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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리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하얀 눈이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하늘과 하얀 마을 사이로 저녁밥 짓는 아궁이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하늘로 오르고
가끔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와
앞산 솔숲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뿐
대원리는 하얀 눈에 하얗게 덮여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목도리를 두르고 나가
마을 길에 쌓인 눈을 치웠습니다.
마을 맨 끝집에서 동네 어귀까지
길을 따라 눈을 치우며
혹시라도 걸음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넘어지실까
마실 다니시는 할머니가 힘들어하실까
길을 따라 하얗게 내려 앉은 눈을 쓸었습니다.
떠나 있으면서 매일 주님 앞에 아뢴 기도 제목은
'주님 제가 돌아가기까지 동네 어르신들 중 단 한 분도
데려가지 마옵소서. 내 다시 돌아가 복음을 전하고
하늘의 소망을 듣게 한 후에 데려가소서' 기도하였는데
신실하신 나의 하나님께서 종의 기도를 들으사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던 서상원씨도
오줌을 지리며 거동도 못하시던 대바위 할아버지도
술을 늘 달고 사시는 송씨 어르신도
모두가 환한 미소로 저를 반겨 주셨습니다.
해가 떠오르기전 눈을 치우듯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에 쌓인 인습의 굴레를 걷어내고
죄의 결박들을 풀어 해치고
마침내 십자가의 은총이 임하사 생살이 돋게 하시고
얼었던 입술이 녹아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찬양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게 되기를
그리하여 저 하늘로 난 길도 이 길처럼 말끔해지기를....

차가운 눈을 치우며 땀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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