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03.05.07 17:03

눈을 치우며(02.2.13)

조회 수 3582 추천 수 36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대원리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하얀 눈이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하늘과 하얀 마을 사이로 저녁밥 짓는 아궁이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하늘로 오르고
가끔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와
앞산 솔숲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뿐
대원리는 하얀 눈에 하얗게 덮여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목도리를 두르고 나가
마을 길에 쌓인 눈을 치웠습니다.
마을 맨 끝집에서 동네 어귀까지
길을 따라 눈을 치우며
혹시라도 걸음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넘어지실까
마실 다니시는 할머니가 힘들어하실까
길을 따라 하얗게 내려 앉은 눈을 쓸었습니다.
떠나 있으면서 매일 주님 앞에 아뢴 기도 제목은
'주님 제가 돌아가기까지 동네 어르신들 중 단 한 분도
데려가지 마옵소서. 내 다시 돌아가 복음을 전하고
하늘의 소망을 듣게 한 후에 데려가소서' 기도하였는데
신실하신 나의 하나님께서 종의 기도를 들으사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던 서상원씨도
오줌을 지리며 거동도 못하시던 대바위 할아버지도
술을 늘 달고 사시는 송씨 어르신도
모두가 환한 미소로 저를 반겨 주셨습니다.
해가 떠오르기전 눈을 치우듯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에 쌓인 인습의 굴레를 걷어내고
죄의 결박들을 풀어 해치고
마침내 십자가의 은총이 임하사 생살이 돋게 하시고
얼었던 입술이 녹아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찬양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게 되기를
그리하여 저 하늘로 난 길도 이 길처럼 말끔해지기를....

차가운 눈을 치우며 땀을 흘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0 파이잘리 1 무익한 종 2010.01.10 3141
309 토론토에서(00.12.6) 무익한 종 2003.05.07 2976
308 태풍 중에도 무익한 종 2006.07.12 2979
307 타작하는 양집사님 file 무익한 종 2008.10.21 3133
306 타인에게 띠 띠운 사람들 file 무익한 종 2006.03.03 3070
305 콩고 선교사님 무익한종 2013.07.20 1358
304 콤바인 1 무익한 종 2003.10.22 2412
303 코리밀라 공동체의 다이닝룸 입구 액자에서 무익한 종 2008.01.08 3209
302 컨테이너와 골함석 1 무익한 종 2005.05.18 6264
301 컨테이너 철거작업 무익한 종 2010.03.31 3600
300 캄보디아여 일어나라 2 무익한 종 2010.02.17 3920
299 친구들을 만나 무익한 종 2009.06.21 2137
298 충청도 첫 마을에서부터 무익한 종 2006.04.06 3158
297 충성의 집 건축을 마쳤습니다. 1 무익한 종 2010.08.24 3109
296 춤추는 우슬초 3 무익한 종 2004.06.21 3120
295 추비를 주고 나오며 무익한 종 2006.07.07 3156
294 최씨 어르신 논에서 무익한 종 2008.10.16 2746
293 초록, 붉음을 지나 하얀색으로 변해가듯 1 무익한 종 2005.12.13 3143
292 초란 두 개와 물고추 무익한 종 2004.08.19 3023
291 초겨울 풍경 2 무익한 종 2003.11.24 280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