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고민(2000/7/20)
여기 대원리를 와 보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왜 이런 곳으로 들어왔느냐고 물으십니다. 이곳 대원리가 물도 좋고 공기도 맑고 인심도 좋은 곳이지만,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 생각에는 이곳이 워낙 심심산골이라서 젊은이들이 땅도 없고 돈도 없는 뭘 하겠다고 덤비다가 낙심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아마도 그런 질문들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 저희들이 공동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땅을 헌물하시겠다는 여러 분들이 계셨습니다. 어떤 장로님은 전라도 어디 땅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시겠다고도 하셨고, 또 어떤 분은 공주 어디의 땅을 주시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땅을 보고 다니며 어디가 좋을까 하고 행복한 고민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때의 생각은 다분히 공동체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마을을 형성할 수 있는 땅과 농사를 짓고, 학교를 할 수 있는 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아무런 연고도 없고 땅을 주겠다는 분도 없었던 이곳 보은군으로 들어온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어느날 신문에서 보은군이 한국에서 가장 복음화율이 낮은 곳이라는 기사와 지방자치 단체 중에서 경제 자립도가 가장 낮다는 다른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차를 몰고 보은을 와서 대충 살펴 보았는데, 워낙 산골이라 교회를 개척하기도 쉽지가 않아 보였고, 기존 교회가 있는 곳도 강력한 불교와 유교의 영향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4대 일간지에 난 보은에 대한 기사를 모두 찾아서 읽어 보니 온통 범죄 사건이나 물난리 났다는 기사들 뿐이었습니다.(약간 과장해서) 그래서 이곳은 선교하고 사역할만한 곳이지 공동체를 할만한 곳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새벽 기도 시간에 희미한, 하지만 귀에 익은 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네가 가지 않겠니...' 저는 순간 눈을 번쩍 떴습니다. 그곳은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제가 가서 돌아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이곳은 아니라고 돌아 나왔던 바로 그곳 보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후 며칠 동안 기도도 안하고 침묵으로 주님 앞에 시위를 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래도 공동체 하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거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하며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 지난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야 아브라함이 언제 땅문서 가지고 갔더냐' 멈칫해서 성경을 떠 올리니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후 '갈바를 알지 못하고' 그냥 떠났죠.
결국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곳으로 내려왔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일단 보은으로 내려와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면서 지도를 구해서 길이란 길은 다 다녀보았습니다. 각 곳에 있는 교회도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원칙을 정하기를 첫째 인근 4km 이내에 교회가 없는 지역일 것, 둘째, 인근 도회지에서 30-1시간 거리의 시골 마을, 셋째, 도시화, 산업화 되는 과정에 철저하게 파괴된 곳. 이렇게 원칙을 정하고 찾다 보니 몇군데의 후보지가 떠올랐고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이곳 대원리였습니다.
원래 이곳은 마을이 번성했을 때는 89가구가 살던 곳인데 이제는 28가구에 나이 연로하신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그런 곳입니다. 교회도 없고 예수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그런 곳이지요.
이제 이곳에서 2년 반의 시간을 보내면서 요즘은 새로운 기도 제목 앞에서 끙끙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새로운 집을 짓는 일이지요. 올 11월에는 우리 공동체 막네인 성기 형제가 승애 자매랑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년 초에는 진주에 있는 두 가정이 공동체로 합류할 예정이구요. 그런데 이들이 이곳에 들어와 살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집입니다. 지금 성근, 용수 형제가 살고 있는 집은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 모델 하우스 철거하면서 나온 나무들을 사와서 저희들이 손수 지은 집입니다. 다시 그렇게 집을 지으려고 기도하며 준비하는데, 일단 땅을 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군요. 대원리의 빈집들 중 대부분의 집터가 도회지 사람들이 땅값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며 사둔 곳입니다.
돈도 없고 땅도 없는 우리이지만 그래도 결코 주눅들지 않고 마을을 돌면서 빈집들을 향하여 외칩니다.
너는 내것이라.
내 아버지가 이 땅의 주인이니라.
허물어진 너의 모습들을 주의 이름으로 생명의 땅으로 회복시키리라....
공동체 식구들은 금식에 들어갔습니다. 주여 우리에게 땅을 주시도록 기도하며 말입니다.
구름이 떠난 자리마다 눈이 부시도록 파아란 하늘이 서 있습니다.
고추잠자리들이 논에서 춤을 추고
매미는 새 날을 주신 주님을 목청높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고운 날에는 실눈을 뜨고 마을을 내려다 보며 그림을 그립니다.
황폐화된 이 마을에 예수마을이 되는 날들을
제 것을 조금도 제것이라 여기지 않고 서로 유무상통하며
은사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주님의 몸된 공동체가
든든히 서가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말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장애인들과 오갈데 없는 이들이
환한 미소로 더불어 살아가는 살맛나는 그런 마을을 말입니다.
여기 대원리를 와 보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왜 이런 곳으로 들어왔느냐고 물으십니다. 이곳 대원리가 물도 좋고 공기도 맑고 인심도 좋은 곳이지만,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 생각에는 이곳이 워낙 심심산골이라서 젊은이들이 땅도 없고 돈도 없는 뭘 하겠다고 덤비다가 낙심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아마도 그런 질문들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 저희들이 공동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땅을 헌물하시겠다는 여러 분들이 계셨습니다. 어떤 장로님은 전라도 어디 땅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시겠다고도 하셨고, 또 어떤 분은 공주 어디의 땅을 주시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땅을 보고 다니며 어디가 좋을까 하고 행복한 고민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때의 생각은 다분히 공동체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마을을 형성할 수 있는 땅과 농사를 짓고, 학교를 할 수 있는 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아무런 연고도 없고 땅을 주겠다는 분도 없었던 이곳 보은군으로 들어온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을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어느날 신문에서 보은군이 한국에서 가장 복음화율이 낮은 곳이라는 기사와 지방자치 단체 중에서 경제 자립도가 가장 낮다는 다른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차를 몰고 보은을 와서 대충 살펴 보았는데, 워낙 산골이라 교회를 개척하기도 쉽지가 않아 보였고, 기존 교회가 있는 곳도 강력한 불교와 유교의 영향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4대 일간지에 난 보은에 대한 기사를 모두 찾아서 읽어 보니 온통 범죄 사건이나 물난리 났다는 기사들 뿐이었습니다.(약간 과장해서) 그래서 이곳은 선교하고 사역할만한 곳이지 공동체를 할만한 곳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새벽 기도 시간에 희미한, 하지만 귀에 익은 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네가 가지 않겠니...' 저는 순간 눈을 번쩍 떴습니다. 그곳은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제가 가서 돌아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이곳은 아니라고 돌아 나왔던 바로 그곳 보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후 며칠 동안 기도도 안하고 침묵으로 주님 앞에 시위를 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래도 공동체 하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거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하며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 지난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야 아브라함이 언제 땅문서 가지고 갔더냐' 멈칫해서 성경을 떠 올리니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후 '갈바를 알지 못하고' 그냥 떠났죠.
결국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곳으로 내려왔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일단 보은으로 내려와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면서 지도를 구해서 길이란 길은 다 다녀보았습니다. 각 곳에 있는 교회도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원칙을 정하기를 첫째 인근 4km 이내에 교회가 없는 지역일 것, 둘째, 인근 도회지에서 30-1시간 거리의 시골 마을, 셋째, 도시화, 산업화 되는 과정에 철저하게 파괴된 곳. 이렇게 원칙을 정하고 찾다 보니 몇군데의 후보지가 떠올랐고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이곳 대원리였습니다.
원래 이곳은 마을이 번성했을 때는 89가구가 살던 곳인데 이제는 28가구에 나이 연로하신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그런 곳입니다. 교회도 없고 예수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그런 곳이지요.
이제 이곳에서 2년 반의 시간을 보내면서 요즘은 새로운 기도 제목 앞에서 끙끙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새로운 집을 짓는 일이지요. 올 11월에는 우리 공동체 막네인 성기 형제가 승애 자매랑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년 초에는 진주에 있는 두 가정이 공동체로 합류할 예정이구요. 그런데 이들이 이곳에 들어와 살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집입니다. 지금 성근, 용수 형제가 살고 있는 집은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 모델 하우스 철거하면서 나온 나무들을 사와서 저희들이 손수 지은 집입니다. 다시 그렇게 집을 지으려고 기도하며 준비하는데, 일단 땅을 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군요. 대원리의 빈집들 중 대부분의 집터가 도회지 사람들이 땅값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며 사둔 곳입니다.
돈도 없고 땅도 없는 우리이지만 그래도 결코 주눅들지 않고 마을을 돌면서 빈집들을 향하여 외칩니다.
너는 내것이라.
내 아버지가 이 땅의 주인이니라.
허물어진 너의 모습들을 주의 이름으로 생명의 땅으로 회복시키리라....
공동체 식구들은 금식에 들어갔습니다. 주여 우리에게 땅을 주시도록 기도하며 말입니다.
구름이 떠난 자리마다 눈이 부시도록 파아란 하늘이 서 있습니다.
고추잠자리들이 논에서 춤을 추고
매미는 새 날을 주신 주님을 목청높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고운 날에는 실눈을 뜨고 마을을 내려다 보며 그림을 그립니다.
황폐화된 이 마을에 예수마을이 되는 날들을
제 것을 조금도 제것이라 여기지 않고 서로 유무상통하며
은사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주님의 몸된 공동체가
든든히 서가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말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장애인들과 오갈데 없는 이들이
환한 미소로 더불어 살아가는 살맛나는 그런 마을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