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는 일들

by 무익한 종 posted May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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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리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몇 그루 없습니다.
그런데도 밭에 혹은 논에 나가 있으면
그 짙고 진한 아카시아 향에 자꾸만 고개를 들게 됩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코를 벌렁거리면서
바람을 타고 꿈결처럼 흐르는 아카시아향을 맡기 위해 말입니다.

농번기라는 말을 절감하는 하루하루입니다.
섬기리 식구들의 도움으로 심은 고추밭에
이틀 동안 온 식구들이 총 출동하여
풀을 뽑는 일을 하였습니다.
고추를 심으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워낙 골이 길어서 100미터가 훨씬 더 되는 길디 긴 골과 이랑에
수북히 자란 풀들을 일일이 손으로 뽑다 보니
이틀이 꼬박 걸리고서야 풀을 어느정도 없앨 수 있었습니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대신 할 수 있는
각종 자재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생선을 구해다가 생선 아미노산을 만들고
아이들 오줌을 받아다 발효시켜서 요소 비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각종 한방 재료들로 한방 영양제도 만들고
아카시아 꽃들을 모아다 녹즙도 담아 두었습니다.
쌀겨로 미생물을 확대배양하는 일도 하고.....
이러다 보니 성근 형제는 나만 보면
약장사라고 놀립니다.^^

집 뒤에 있는 텃밭에다 커다란 비닐 하우스를 한 동 지었습니다.
길이가 약 14미터 정도 되고 높이가 무려 450cm이나 되는 건데
여기서 각종 농업용 자재들을 만들고, 모으고, 실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닭을 길러볼 예정이랍니다.
약 130마리를 여기서 배우고 익힌 방법대로 닭을 기를텐데
좀 지나면 오시는 분들에게 맛있는 유정란을 나누어드리도록 하죠.

또 한가지는 논농사입니다.
작년에는 성근 형제가 하던 일인데 약 450평을
제가 맡아서 처음으로 논농사를 시도합니다.
형제는 작년에 하던 오리 농법으로 하고
저는 쌀겨농법으로 벼를 재배할 예정입니다.
어제는 겨우 고친 트랙터로 로터리를 했는데
트랙터가 힘이 없고 문제가 있어서
로터리를 하긴 했지만 논바닥이 평탄하질 않고
흙이 모인 곳은 산을 이루고, 부족한 곳들은
바다를 이루어 고민고민하다가
직접 논에 들어가서 일일이 손으로 땅을 고르는 작업을 했습니다.
한참을 하고 있는데 성철 형제가 와서
함께 일을 하긴 했지만 나중에는
둘 다 거의 초죽음이 되었습니다.
작은 흙알갱이들이 물을 만나고
서로 이겨지면 얼마나 무거운 무게로
팔의 힘을 빼는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세상에 가벼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남들은 고물이라고 놀리는 트랙터지만
주님의 은혜로 고쳐져서 경운을 하고
써레질도 다 해서 이제 다음 주 월요일 즈음에는
우리 논에도 모내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