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04.03.12 07:30

폐허 위에서

조회 수 3043 추천 수 29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WTO로 허리가 휘어진 농민들이었는데
다시 FTA로 갈기갈기 찢겨지고
그 위에 엎친데 덥친 격으로
폭설로 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여러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무려 70cm의 눈을 말입니다.
보은 읍내로 차를 어렵게 몰고 나가며 바라보는
광경은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듯 했습니다.
헛간이 주저안고, 연동 비닐 하우스는 남김없이
마치 고끼리가 밟고 지나간 듯 엉망진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축사가 튼튼하던 지주파이프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주저 앉아버려 소들이, 돼지들이, 닭이 깔려 죽고
막 새싹을 피우던 하우스 내의 작물들과 유실수들이
일순간에 흰눈에 압사당하고 말았습니다.
망연자실한 농부들은 며칠째 세수도 제대로 못한 초췌한 얼굴로 담배만 뻑뻑빨아대고
그 옆에 서 있는 아낙네는 울다울다 지쳐
더 이상 흐를 눈물도 말라버렸습니다.

단시간에 내린 눈이 이토록 무서울진대
이 일로 인하여 내 백성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를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위로와 소망이
봄날의 따스한 햇볕처럼 이들의 찢져진
심령을 회복시키시기를 눈물로 기도합니다.

누가 제게 물었습니다.
왜 죄없는 농민들만 이렇게 어려움을 당해야 하느냐구요.
제가 말했습니다.
부부가 싸우고 시끄러우면 가장 연약한 아이가 아픈 법이라구요.

나 땜에, 우리 때문에 농민들이 어려움을 당하시는 것 같아
하얀 눈만 보면 눈물이 흐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컨테이너 철거작업 무익한 종 2010.03.31 3600
29 컨테이너와 골함석 1 무익한 종 2005.05.18 6262
28 코리밀라 공동체의 다이닝룸 입구 액자에서 무익한 종 2008.01.08 3207
27 콤바인 1 무익한 종 2003.10.22 2410
26 콩고 선교사님 무익한종 2013.07.20 1358
25 타인에게 띠 띠운 사람들 file 무익한 종 2006.03.03 3068
24 타작하는 양집사님 file 무익한 종 2008.10.21 3133
23 태풍 중에도 무익한 종 2006.07.12 2977
22 토론토에서(00.12.6) 무익한 종 2003.05.07 2976
21 파이잘리 1 무익한 종 2010.01.10 3141
20 팔월 하순입니다. 무익한 종 2009.08.18 2118
19 평화원 개원식을 다녀와서 무익한 종 2005.02.24 3070
18 폐계하던 날 2007-08-31 무익한종 2007.09.27 2807
» 폐허 위에서 무익한 종 2004.03.12 3043
16 포근한 10월 그리고 11월 초순 무익한 종 2006.11.02 3123
15 풀로 뒤덮인 논에서 2 무익한 종 2008.03.27 2737
14 하나님께 드릴 응답 2006-12-01 무익한종 2007.09.27 2717
13 한바탕 잔치를 끝내고 무익한 종 2004.08.14 2795
12 함께 노동하며 느끼는 즐거움 무익한 종 2003.05.15 3298
11 행복을 위한 조언들(펌) 무익한 종 2005.02.18 6506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