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초란 두 개와 물고추

by 원영기 posted Aug 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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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사랑하시는 깊은 마음이 고추나무에 주렁 주렁 달렸네요... 목사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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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양계장 닭들이 알을 낳기 시작하였습니다.
>>산란장을 청소하다가 초란을 두 개 발견하고
>>아침 일찍 전화를 한 성철 형제의 목소리는
>>몹시도 들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사리 결심하고 귀농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이 양계였거든요.
>>밤새워 책읽고 공부하면서
>>잘하는 양계장을 몇군데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한 후에 직접 양계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긁어 모아
>>만든 계사에 병아리를 입추해놓고 기다린 기간이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
>>그 결과 작지만 앙징맞은 초란 두 개를 보았으니
>>따뜻한 계란의 느낌이 오죽 감격스러웠겠습니까
>>
>>그런데 저는 오늘 다시 고추밭으로 나가서 아직 못딴
>>고추를 따려고 하는데 며칠 동안 계속된 비로
>>풀은 다시 볼썽사납게 자라 있었고
>>붉디 붉은 고추들은 때가 지나 하얗게 탈색하거나
>>물고추가 되어 손으로 잡으면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한 나무에 거진 15개에서 20개 정도의 붉은 것들이 이미 열렸는데
>>게으름으로 때를 놓쳐 잘 익은 것들을
>>허사가 되게 한 것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
>>첫 열매들은 얼마나 실하고 듬직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크고 보기 좋게 익은 것들을 그냥 떨구는
>>고추나무의 심정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자란 풀들을 뽑아주고, 흙을 매만져 주는 것으로 달래주었습니다.
>>
>>혹이나 이후에 내가 미처 전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아
>>바깥 어두운 곳으로 떠밀려 나갈 영혼이 생각나
>>해가 다 지기까지 고추밭에 머물며 내내 간절히 간구하였습니다.
>>이름을 떠올리고,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의 영혼의 때가 늦지 않기를......
>>주님 오실 그 때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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