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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4.08.19 22:26

초란 두 개와 물고추

조회 수 3019 추천 수 3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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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양계장 닭들이 알을 낳기 시작하였습니다.
산란장을 청소하다가 초란을 두 개 발견하고
아침 일찍 전화를 한 성철 형제의 목소리는
몹시도 들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사리 결심하고 귀농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이 양계였거든요.
밤새워 책읽고 공부하면서
잘하는 양계장을 몇군데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한 후에 직접 양계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긁어 모아
만든 계사에 병아리를 입추해놓고 기다린 기간이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
그 결과 작지만 앙징맞은 초란 두 개를 보았으니
따뜻한 계란의 느낌이 오죽 감격스러웠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오늘 다시 고추밭으로 나가서 아직 못딴
고추를 따려고 하는데 며칠 동안 계속된 비로
풀은 다시 볼썽사납게 자라 있었고
붉디 붉은 고추들은 때가 지나 하얗게 탈색하거나
물고추가 되어 손으로 잡으면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한 나무에 거진 15개에서 20개 정도의 붉은 것들이 이미 열렸는데
게으름으로 때를 놓쳐 잘 익은 것들을
허사가 되게 한 것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첫 열매들은 얼마나 실하고 듬직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크고 보기 좋게 익은 것들을 그냥 떨구는
고추나무의 심정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자란 풀들을 뽑아주고, 흙을 매만져 주는 것으로 달래주었습니다.

혹이나 이후에 내가 미처 전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아
바깥 어두운 곳으로 떠밀려 나갈 영혼이 생각나
해가 다 지기까지 고추밭에 머물며 내내 간절히 간구하였습니다.
이름을 떠올리고,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의 영혼의 때가 늦지 않기를......
주님 오실 그 때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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