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04.08.19 22:26

초란 두 개와 물고추

조회 수 3021 추천 수 3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드디어 양계장 닭들이 알을 낳기 시작하였습니다.
산란장을 청소하다가 초란을 두 개 발견하고
아침 일찍 전화를 한 성철 형제의 목소리는
몹시도 들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사리 결심하고 귀농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이 양계였거든요.
밤새워 책읽고 공부하면서
잘하는 양계장을 몇군데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한 후에 직접 양계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긁어 모아
만든 계사에 병아리를 입추해놓고 기다린 기간이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
그 결과 작지만 앙징맞은 초란 두 개를 보았으니
따뜻한 계란의 느낌이 오죽 감격스러웠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오늘 다시 고추밭으로 나가서 아직 못딴
고추를 따려고 하는데 며칠 동안 계속된 비로
풀은 다시 볼썽사납게 자라 있었고
붉디 붉은 고추들은 때가 지나 하얗게 탈색하거나
물고추가 되어 손으로 잡으면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한 나무에 거진 15개에서 20개 정도의 붉은 것들이 이미 열렸는데
게으름으로 때를 놓쳐 잘 익은 것들을
허사가 되게 한 것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첫 열매들은 얼마나 실하고 듬직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크고 보기 좋게 익은 것들을 그냥 떨구는
고추나무의 심정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자란 풀들을 뽑아주고, 흙을 매만져 주는 것으로 달래주었습니다.

혹이나 이후에 내가 미처 전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아
바깥 어두운 곳으로 떠밀려 나갈 영혼이 생각나
해가 다 지기까지 고추밭에 머물며 내내 간절히 간구하였습니다.
이름을 떠올리고,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의 영혼의 때가 늦지 않기를......
주님 오실 그 때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기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0 타인에게 띠 띠운 사람들 file 무익한 종 2006.03.03 3068
149 멀리 있는 벗에게 1 무익한 종 2006.02.04 3362
148 죽음의 땅으로 젊은이들을 보내며 1 무익한 종 2006.02.01 3208
147 나쁜 버른 1 무익한 종 2006.01.08 3196
146 허물을 품는 내 주님처럼 1 무익한 종 2006.01.05 3502
145 말구유 무익한 종 2005.12.28 3486
144 사랑의 질문들 1 무익한 종 2005.12.17 3105
143 초록, 붉음을 지나 하얀색으로 변해가듯 1 무익한 종 2005.12.13 3141
142 나는 늘 허기지다 4 무익한 종 2005.11.26 3827
141 먹을 것을 주시고 백성을 싸매시리... 1 무익한 종 2005.11.22 3308
140 올해 고추 농사 1 무익한 종 2005.11.05 4271
139 수확의 기쁨 무익한 종 2005.11.03 2925
138 예배당 무익한 종 2005.10.26 3140
137 입은 아파도 말씀은 전하게 하세요 1 무익한 종 2005.10.13 3113
136 어쩜 이리도 내 주님의 사랑은 크신지..... 무익한 종 2005.10.03 3218
135 잘 다녀왔습니다. 2 무익한 종 2005.09.24 3289
134 닭장을 통해 1 무익한 종 2005.09.08 3684
133 공동체 회의 무익한 종 2005.09.01 3002
132 보은서신 - 빛과 소금 8월호 무익한 종 2005.08.24 2999
131 행복한 하루 1 무익한 종 2005.08.23 4937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