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셀 바위 곁에서

by 무익한 종 posted Nov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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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사흘 동안, 요나단이 궁궐에서 사울의 동정을 살필 동안
꼬박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에셀 바위 곁을 얼마나 맴돌았을까
모아진 두 손에는 땀이
등줄기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으리라
제발, 사랑하는 제 아내 미갈 곁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다시금 이스라엘의 군사들 앞에서 호령하며 적들을 쳐부수게 하옵소서
주께서 내게 주신 주군 사울을 섬길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하여 주소서
수없이 아뢰고 또 아뢴 후에
다윗은 에셀 바위 뒤에 숨어 있다.
멀리서 시종을 거느리고 다가오는 요나단의 표정을
실눈을 뜨고 살펴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주저앉아 다시금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우러러 바라본다.
제발......
사흘보다 더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흐르고
하늘을 바라보는 다윗의 눈으로 멀리 날아가는 화살 하나 보인다.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하염없는 눈물만 두 볼을 타고 흐른다.
그토록 소망하였던 평안 대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과
목숨을 보장받을 수 없는 도망자의 삶이 그의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아마도 다윗은 다시금 에셀 바위 곁에 서 보았으리라.
고난을 통해 연단하시고 다듬으시사
정금같이 나오게 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떠 올리며
가장 큰 평안과 감사의 눈길로 하늘을 우러러 보았으리라.

11월 초순의 하늘이 참으로 맑고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