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같은 사울

by 무익한 종 posted Dec 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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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을 생각하면 늘 우울해집니다.
멋지게 시작하였으나 불행하게 그 최후를 마감하니 말입니다.
오늘 새벽 함께 말씀을 묵상하는데
사무엘이 죽고 난 후 이스라엘에서 사울은 종교개혁을 단행합니다.
모든 우상을 제거하고 박수들과 술사들을 그 땅에서 쫓아내버립니다.
그는 심기일전하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엔돌의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는
황당한 모습을 우리에게 들키고 맙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전에 우리는 먼저 한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블레셋이 쳐들어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사울은 하나님을 찾습니다.
어쩌면 그는 종교개혁까지 단행했으니
하나님께서 자기를 어여삐 보실거라고 예상했는지도 모릅니다.
다윗은 블레셋 땅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모습으로 살고 있으니
분명히 하나님께서 자신을 돌아보시리라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주님은 침묵하십니다.

왜 하나님은 사울에게 침묵하실까요?
사울의 등장 이후 그가 하나님을 찾는 장면, 하나님의 사람을 의지하는 장면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는 예외없이 자신을 지키려고 할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님을 찾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을 지키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하나님을 이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하나님은 침묵하실 수 밖에 없으셨습니다.
주객이 전도됐으니 말입니다.
사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치며 쫓아냈던 신접한 자를 은밀히 찾아갑니다.

사울, 그는 죽어지지 못한 딱딱한 껍질로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그리하여 자신을 결코 하나님 앞에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벗겨도 벗겨도 계속 껍질에 둘러쌓인 양파같은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매운 생양파가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빼듯
자아라는 두터운 껍질에 둘러쌓인 사울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