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유월 초순에 적도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남도를 갔었습니다.
고도에서 지하교회를 섬기다 발각당해 학교에서 하교하던 길에
들고 있는 가방만 달랑 들고 이곳 멀리까지 도망쳐 내려온
내 사랑하는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안전을 위해 차도 타지 않고 걸어서 도착한 허름한 아파트에는
마치 여우에게 쫓겨 굴 속으로 숨어든 어린 토끼들 마냥
잔뜩 겁을 먹은 눈빛으로 어린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흘 동안 밤낮으로 말씀을 나누고 또 나누었습니다.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전해지는 말씀이
아이들의 폐부를 찌르고 심령을 소성케하고 살아 큰 군대가 되게 하였습니다.
돌아오던 날 밤 차마 소리높여 찬양을 부를 수 없어
소리는 안으로 안으로 숨기고 입만 벙긋거리며
찬양하며 기도하는 시간 모여 앉은 아이들의 두 볼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내 눈에도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나는 돌아오고 아이들은 다시 고도로 돌아가고.
그런데 그 아이들이 다시 잡혀 고초를 당하다 풀려나
다시금 뿔뿔히 흩어져지내다 다른 낯선 곳에서 어렵게 만났습니다.
많은 고초와 힘든 여행들로 인해 지친 아이들
내 사랑하는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납니다.
원래는 집을 짓기 위한 자재를 구입하러 떠나기로 한 여행이었는데
주일 전날 멀리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저의 가슴을 마구 흔들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그 아이들을 다시금 말씀으로 양육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처녀의 가슴은 모유를 내지 못합니다.
아이를 품은 어미만이 모유를 냅니다.
복음은 살아있는 말씀이라 흘러가는, 흘러내리는 자를 통해서만
더 강력히 역사한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오직 말씀이 나를 주장하시고 나를 다스리시기를
나를 사용하시기를 간절히 간구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