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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정미진
2003.12.24 03:13

글을 받을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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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글을 받을 때마다 "이게 아무라도 볼 수 있는 공공장소인데"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혹은 몰카 앞에서 별짓 다하는 것처럼, 그런 넉넉한 뻔뻔스러움으로 사랑을 고백하게 됩니다.  반짝이고 글썽이고 그윽하고 가없는 깊이로 다가오는 글은 워낙 마음바탕이 맑으니까 될 일이겠지요.  '영성?'그런 쪽으로 공부했다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영성'이라는 말은 별 생각 없이 로만 카톨릭에서 빌려온 말인데, 차라리 '얼바탕'이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봐도 시큰둥한 반응이더라고요.  목사님은 물자리가 좋아서 거기서 좋은 것들이 잘 자라서 수북한 소출을 내겠어요.  

그 옛날 왜란 때 사명당이 장안사에 머무는 동안 서기가 사방으로 뻗침을 본 왜장이 휘하 장졸에게 "얘들아, 귀인이 계시니 절대로 경내에 발을 들여놓지 말거라" 라고 했다던데, 같은 동리에 사시는 공동체 식구들도 모두 희한한 광채의 세력권 안에서 아름다운 삶을 누리고 계실 줄 믿습니다.  '농한기'가 따로 없으니 쉴만한 때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 돌아보며 한 해의 마지막을 예쁘게 저미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모하며 김낙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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