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슬 이은창 간사님의 기도편지

by 무익한 종 posted Nov 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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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벽이슬의 이은창 간사입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대학원 수업과 새벽이슬 모임 때문에 한 주에 네 번씩은 캠퍼스에 나가고 있는데, 캠퍼스 진입로를 따라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들이 제 분주한 삶에 작은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제 삶을 나누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1.광야의 시간들
대학에 합격하고, 서울에 온 이후 제 삶은 광야에서의 삶과 같았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기숙사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 일이 끝나면 쉬고 싶었는데, 도박과 술로 밤을 지새던 아저씨들 때문에 잠을 설쳐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우유배달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던 때에 살던 600만 원짜리 지하 토굴 같던 전세방. 제대로 씻기도 어렵고, 겨울이면 기름을 사러 다녀야 했던 이 집에 들어가는 게 왜 그렇게 싫었던지...



그리고 CCC 대표로 섬기던 시절 기독학생운동을 미쳐 늘 학교 동아리방에서 잠을 자곤 했습니다.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무도 없는 동아리 방에서 홀로 말씀과 기도와 독서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총학생회 활동을 할 때는 총학생회장실의 침대역할을 했던 평상에서 집행부로 섬기던 지체들과 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때는 잠 잘 곳이 없는 후배들이 그곳으로 잠을 자러 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총학생회장 앞으로 나오는 제 장학금이 우리의 식사를 해결해 주는 유용한 정치자금(?)이었습니다.



졸업을 하고 제 거처는 새로운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새벽이슬 신문을 창간하면서 1주일에 몇 일씩 저는 신문사 사무실에서 잠을 자곤 했습니다. 늘 많은 일에 쫓겼지만, 사무실에서 잠을 자면서 책을 보기도 하고, 많은 분야의 지식도 쌓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날씨가 추워지면서 저희 사무실 1층에 노숙자들이 와서 잠을 자는데, 건물 관리인이 그분들을 쫓아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숙자도 합법과 불법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벽이슬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일하던 2년 반 동안 다섯 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총 6개의 사무실이 제 잠자리였습니다.



2002년 초, '복음적 사회선교를 위한 새벽이슬' 대표간사가 되면서 제 잠자리는 새벽이슬 사무실 겸 모임장소로 바뀌었습니다. 가정집과 사무실이 조합된 모임장소는 그런대로 생활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후배들이 집세를 못 내서 공동체로 모여 살던 집에서 쫓겨났을 때에도 그곳이 좋은 도피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우리도 그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 사무실은 작년 9월 말에 이사온 곳입니다. 노인대학으로 사용되는 건물인데, 이제는 어른들이 많이 줄어 공간이 남아서 저희에게 임대해 주었습니다. 교실 두 개를 개조해 사무실과 모임장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곳이 제 잠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사무실은 다윗의 아둘람 공동체를 생각나게 하는 곳입니다. 사무실 위치부터가 산동네입니다.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올라오느라 힘들다고 불평입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재정적으로 어렵고 힘든 분들입니다. 그저 하나님을 사랑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하나님께 헌신한 사람들입니다.



요즘 가끔씩 사무실에서 주무시고 가시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십니다. 강릉에 사시는 분인데, 25년 간을 개간해서 농사짓던 땅을 억울하게 빼앗겼다고 합니다. 그것을 되찾기 위해서 법원, 검찰청, 청와대, 농림부 등 닥치는 대로 찾아다니시면서 시위를 하시는 분입니다. 2년 전에 시위하시는 것을 우연히 보고, 주무실 곳이 없다고 해서 저희가 모시고 왔었습니다. 저희가 청와대에 진정서도 제출해 드렸는데, 대법원의 판례가 있어서 어렵다는 답신만 돌아왔습니다. 2년이 지났는데도 할아버지는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면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 오면 찔질방에서 주무시는 돈이 아까워서 저를 찾아오시곤 합니다.



무엇보다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금요일 밤 새벽이슬 모임을 마치고 지체들과 함께 잠을 잘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밤이 매력적인 것은 마음에 간직한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배와 스터디, 세미나와 중보기도 그리고 지체들과의 교제가 있는 금요일 밤이 이 사무실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는 지금 사무실 한 켠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결혼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 생활을 정리할 때도 얼마 안 남은 것을 느낍니다. 올 겨울은 이런 시간의 마지막이 될 거 같습니다. 세례요한을 광야에서 훈련시키신 것처럼 저는 광야와 같은 삶의 시간들을 달려왔습니다. 하나님은 잡초처럼 쓸모 없던 제 인생을 이 고통의 시간들을 통해서  연단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섬기신 예수님의 사랑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제가 변하지 않고 그런 삶을 살기를 다시 기도해 주십시오.


2.새벽이슬 사역
1)진행 사역
①10월 7일(화) : 국민대에서 이라크에 마지막까지 인간방패로 남아있던 유은하 간사의 강연을 지체들과 함께 들었습니다. 기연운동을 함께 했던 자매인데, 생생한 이라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②10.9.(목)-10.11(토) : 연세대 새벽이슬을 중심으로 신촌 한조각 나눔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③10.18.(토) : 공의정치실천연대 재창립 및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북핵문제와 한미관계'였습니다.
④10.25.(토) : 뉴스앤조이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주최한 '회복과 소망의 한마당 축제'에 참석했습니다. 종교개혁주일에 맞춰 진행된 행사인데, 교회가 가진 아픈 모습들 때문에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이 된 행사였습니다.



2)앞으로의 사역과 기도제목
①몇 개 캠퍼스에서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총신대와 명지대에서 총학생회 선거를, 그리고 연세대에서는 신과대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②2004년을 위한 새로운 대표단 구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③겨울 수련회 및 프로그램과 2004년도 신입생 사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역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3.아리랑당 성경 및 헌법 공부
기독교 정당의 창당을 준비하는 아리랑당 창추위 모임은 매주 토요일 1시 국회에서 성경 및 헌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안정당으로서의 기독교 정치운동에 관심 있거나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은 연락주십시오.(www.irparty.com)


4.개인기도 제목
①저와 교제하는 현정이의 임용고사 날짜가 확정되었습니다. 11월 30일이고, 경기도에 시험을 볼 예정입니다. 계속해서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건강가운데 최선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②대학원 공부를 통해서 학문적 도전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탁월한 학문적 열매들을 맺어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③새벽이슬에 새로운 간사를 세우려고 합니다. 준비된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새벽이슬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④새벽이슬과 개인적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후원자들이 세워지고, 부족한 재정이 채워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두서 없이 이것저것 나누었습니다. 제가 총학생회로 섬긴 후 5년 만에 다시 명지대에서 기독학생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나갑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누군가 다시 그 길을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같습니다. 개척자의 삶! 이것이 진정한 기독인들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삶에도 아름다운 도전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2003년 11월 4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편지가 되고 싶은
이은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