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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지선교

03

2005-Aug

탈북자 부부의 이야기

작성자: 무익한 종 IP ADRESS: *.225.240.20 조회 수: 5193

한 탈북자 부부의 삶


탈북한 뒤 2년 동안 산 속에서 굴을 파고 살았던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0대 후반의 성경일, 주명희 부부는 1999년 북한을 떠나 중국에 들어왔습니다.
안전한 곳을 찾다가 이들이 도착한 곳은 중국 지린성 안투(安圖)현 밍위애(명월)진이었습니다. 참고로 명월진은 북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곳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을 할 때 명월진에서 유명한 회의를 했다고 하여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곳입니다.

북한에 있었다면 혁명사적지가 돼 명소로 꾸려질 곳이지만 중국 땅에 있다보니 이 마을은 외지고 후진 평범한 농촌마을에 불과합니다. 그 많은 탈북자들도 당시는 이곳까지 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성 씨 부부는 이 마을에 나타난 첫 탈북자였습니다.
이들은 마을에서 괜찮게 사는 듯한 집을 찾아가 북한에서 왔는데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 집은 마을 공산당 서기의 집이었는데 그는 조선족이어서 이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마침 서기의 장인이 풍을 맞아 대소변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지라 그는 이들을 흔쾌히 자기 집에 머무르게 하면서 일을 시켰습니다. 공산당 서기가 탈북자를 자기 집에 쓸 정도로 외진 곳이니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요.

환자는 오래 동안 누워있어 잔등에 고기비늘처럼 두꺼운 비늘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환자를 주 씨는 3년 간 간병했습니다. 성 씨는 나가서 서기네 집 밭일을 해주었죠. 이들이 성실한 모습에 감동 받아선지 아니면 공짜로 인력을 쓰는 서기를 따라 배워서 그랬는지 이후 마을사람들도 경쟁적으로 탈북자들을 받아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많다는 소문은 어느새 공안으로 흘러가 공안원들이 단속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면 공산당 서기가 정보를 흘려주었습니다. 탈북자들은 불도 못 켠 방에서 열쇠를 밖으로 채운 채 단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공안원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이 마을에서도 체포되는 탈북자들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공산당 서기도 어떤 언질을 받았는지 이들 부부에 대해 상당히 부담을 갖는 눈치였습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깊이 들어가 나무를 베어 토굴을 지었습니다. 주변 나무를 찍으면 쉽게 드러날 우려가 있어 멀리서 직경 20㎝ 정도 되는 나무를 찍어왔습니다.
갱도처럼 지은 집 밖으로는 잔디와 풀을 방치해 위장을 했습니다.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눈치 채이지 않게 말입니다. 일어나고 자는 시간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토굴 안은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겨우 옷을 입을 정도의 높이였습니다. 햇볕이 들지 않아 벽 곳곳으로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된장에 감자를 썰어 만든 찌개가 매일 오르는 메뉴였습니다. 주변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지라 성씨는 주변에 내려가 삯일을 해주고 쌀을 얻어왔습니다. 성씨는 자신은 잡혀도 아내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참, 삯일을 해주려 다니는 길에 반드시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이 있었으니 그것은 이불이었습니다. 탈북자라고 어디서든 재워주는 사람이 없어 산 속에서 이불을 덮고 잔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이 과정에 성 씨는 치질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아파도 어쩔 도리가 없는데 괜히 아내만 걱정하게 만들까 성 씨는 아픈 내색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들은 이곳에서 2년을 살았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영웅적 게릴라 활동을 했다고 북에서 떠드는 유명한 그 곳. 70년 뒤 김 주석의 백성들이 다시 그 산에서 야인의 삶을 살게 된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를 찾기 위해 싸웠다는 그 곳에서 찾았다는 그 나라를 등진 사람들이 다시금 그 땅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처절한 삶을 살았단 사실이 말입니다.

다행히 성 씨 부부는 우연히 한국으로 온 한 탈북자를 알게 됐습니다. 그의 소개로 성 씨의 사연이 알려진 뒤 도움의 손길이 왔습니다. 이들은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던 산중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걸음을 내디뎠고 얼마 전에는 경북 대구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토굴에서 온수난방이 되는 아파트까지 3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의사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드는 치질도 수술 받았습니다.

아직도 중국에는 성 씨처럼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나간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입니다. 26일 10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베이징으로 돌아온 제럴드 버크 세계식량계획 대변인은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97년 이후 최악이라면서 중국이 탈북자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도 났던 탈북자들을 신고하라는 내용의 중국 공안 포스터도 이러한 대비책의 일환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성 씨 부부의 말이 귀전에 맴돕니다.
“눈가루는 날리는 데...북한 사람이 내일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운명이 어떻게 되던지 사는 순간이나마 편안하게 있자. 하늘을 쳐다보니 눈물만 서럽게 났어요.”-남편 성경일씨.
“지금은 여기 앉아서 말하니까 그렇지...그때는 머리 속에 오직 살던지 죽는다. 이 두 길을 놓고 악을 품고 오직 살아야 한다는 맘만 가지고 살았어요.”-아내 주명희 씨.

사진출처: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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