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약의 종류
농약은 농작물과 그 수확물을 보호하는 화학물질로서 토양의 소독으로부터 시작하여 살충과 살균을 한 종자를 파종한 후, 발아와 생장 및 결실에 이르는 긴 과정을 통하여 병충해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도 하고 치료를 하며 수확물의 저장 중에도 이들로부터 입는 손실을 막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농약은 그 사용목적에 따라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등으로 구분되며, 만들어진 성분에 따라서 유기염소제, 유기인제, 유기수은제, 유기비소제, 카바마이트제 등으로 나뉜다.
토양살충제인 엔도설판은 유기염소제로 강한 잔류독성을 지니고 있고 지용성이기 때문에 몸속 지방조직에 쌓여 만성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피부로 흡수되어 중추신경장애나 소뇌이상을 초래한다. 배추, 오이 , 대파, 시금치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벼의 종자소독과 진딧물 방제, 사과와 배, 감 등의 병충해방제에 쓰이는 유기인계 농약은 잔류독성이 약하기는 하나 농민들 급성중독증의 주범이기도 하다.
주로 복통, 설사, 구토증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뇌신경장애와 호흡곤란으로 인한 질식사를 유발해 24시간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유기수은제, 유기비소제 등은 벼의 병해충용 등으로 쓰이는데 침투성이 좋아 작물과 생태계와 인체 내에 모두 축적되고 분해되지 않는 성질이 강하다. 카바마이트계 농약은 동물실험 결과 기형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
2) 농약은 왜 뿌리는가?
볍씨를 싹을 띄우기 위해 소독제를 쓰고 모판에는 비료와 농약을 함께 친다. 화학비료는 잡초도 키워내기 때문에 제초제를 같이 줘야 한다. 모내기 후에도 대여섯 차례 밑비료, 웃비료, 이삭비료 등이 쓰이고 더불어 농약도 필수로 따라 줘야 한다.
한여름 병충해는 화학비료로 지력이 약해진 땅에서 더 기승을 부리고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벼멸구, 이화명충, 잎도열병, 이삭도열병, 잎집무늬마름병 등등… 이 병해충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15~17가지의 농약을 골고루 뿌려야 한다.
발효퇴비를 적절히 투여하지 않은 채 화학비료를 통한 손쉬운 증산법은 지력수탈식 농법으로, 땅을 황폐화하고 산성화해 수많은 병해충에 작물이 시달리게 하며 농약은 해충구제와 제초를 위한 필수적 도구가 되어 온 것이다. 오랜 세월 정부의 권장대로 혹은 좀 더 많은 수확을 내기 위해 화학비료와 함께 농약이 주요한 농사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3) 농약은 왜 문제인가?
잔류독성의 위협
잔류농약이란 농토와 물에 남은 농약성분이 식물뿌리를 통해 사람이 먹는 부분까지 침투하거나 식물표면 등에 부착, 용해된 상태를 말한다.
잔류농약은 농약성분 그 자체가 잔류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성분이 화학변화를 일으키며 생성된 물질도 잔류하게 된다.
과거 머리의 이를 잡거나 주변환경 소독을 위해 마구 뿌렸던 DDT의 경우 그 위험성 때문에 이미 30년 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는데 요즈음 새삼 그 위험성이 경고되고 있다. 육해공을 막론하고 아직까지도 광범위하게 잔류해 있기 때문이다.
잔류농약 독성의 치명적 위협은 지금 전세계를 혼란케 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인해 극명하게 밝혀진 바 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의 대표격인 다이옥신의 원인물질 67종 중 41종이 농약성분이기 때문이다. 농약으로 잘 포장된 먹거리의 위험성은 사실 토양내 잔류성분뿐 아니라 과육과 엽면에 직접 살포될 때가 더 문제다.
출하 직전까지 규정을 어기고 마구 뿌려지는 농약성분을 육안으로는 전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집안에 예민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입안의 아린 맛으로라도 그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면 모를까, 보통의 경우 위험의 강도에 비해 너무 무방비 하게 농약독성에 노출되어 버리는 것이다.
과거의 농약은 일반적으로 물에 잘 녹았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농약의 잔류성분은 물 세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침투성 살충제는 식물체 내로 흡수되어 있어 씻는 일이 소용없다. 지난 6월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에서 발표한 '섭취방법에 따른 농산물중의 잔류농약 제거효과'에 의하면 물세척시 야채, 과일의 세척율은 24~7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재배 현미는 영양의 보고인 씨눈에 가장 많이 잔류해 있으며 마라손 농약성분은 80~90%가 잔류한다. 사과의 다이아지논은 물세척시 30% 정도만 세척된다.
독성이 강해 독극물로 치는 디나폰수화제도 제거율은 30~59%에 불과하다.
특히 포도의 껍질에 묻어 있는 케루센의 제거율은 33~69% 정도이다.
생태계 파괴
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으로 식물은 수정도 하고 열매도 맺는다. 그러나 수많은 농약의 무차별 살포로 인해 이 순환의 고리가 끓어지게 된다. 자연수정이 불가능해지면 생육촉진제를 써서 강제 착과를 시켜야 한다. 또 다른 화학물질의 도움으로만 식물은 제구실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돌연변이 병해충 유발
또한 유해생물뿐만 아니라 유익한 생물까지 초토화되어 생태계의 자연정화과정인 천적의 역할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천적이 없는 세상에서 병해충은 농약독성을 이겨내며 무차별적으로 저항력을 키워 증식된다. 갈수록 더 강력하고 많은 양의 농약으로만 이들은 구제된다. 이것은 갈수록 항생제에 내항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생성되고 번식하는 이치와 같다.
토양, 수질오염 통한 먹거리 위협
흙 속에는 여러 미생물과 거미, 개미, 지렁이 등이 살면서 땅을 거름지게하고 식물이 깊숙이 뿌리내려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농약의 독성과 잔류성분이 이 역할을 방해하는 것이다. 현재 수질오염의 25%는 토양오염으로 인한 것임이 밝혀져 있다. 농약독성은 직접 영향을 미치는 농작물 뿐 아니라 수자원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민물과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의 안전문제도 염려해야 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