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07.10.13 17:53

주춧돌

조회 수 30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보은에 제가 가끔 손님들 오시면 모시고 가는 곳이 있습니다.
선병국씨 고택이라고 옛날 거하게 살았던 사람의 자취가 물씬 풍기는 집입니다.
사랑채는 전통찻집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노라면 그 옛날 도포입고 갓쓴 선비들이
이곳과 비슷한 곳에 모여 앉아 중국에서 비밀리에 들여온
천주실의, 성경전서를 탐독하며 조선을 새롭게 할 길을 모색하던
장면이 상상이 되고,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모아 성경을 이야기 하면
정말 재미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삐걱거리는 마루가 반들반들거리고 열어둔 창 너머로 가지런한 돌담
그 너머로 곳게 솟은 미류나무
서까래를 받치고 서 있는 아름드리 기둥은 본래 생긴 모습 그대로의
유연한 곡선을 유지하고 있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철못하나 사용하지 않고
솜씨 좋게 연결한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밖으로 나와 하늘 아래 부드러운 곡선으로 기와가 놓여 있고
군데 군데 이끼와 풀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아름다움보다 가장 제 시선을 빼앗는 것은 기둥을 받치고 백년을 앉아 있는
주춧돌입니다. 말없이 이 큰 집을 지고 있는 모습이
볼수록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벌써 공동체 세월이 흘러 10년인데 돌아보면 고생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합니다.
고생같지도 않은 고생하고 그냥 먹고 살만 해서 과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그런 삶은 죽어도 싫습니다.

주를 위한 고생이라면 난 더 지독하게 하고 싶습니다. - 공동체 식구들이 보면 뭐라 하겠지만
저 주춧돌처럼 아주 땅속에 꽉 박혀서 내 소리도 죽고, 내 맵시도 사라지고
우뚝 솟은 십자가 기둥을 소리도 없이 맵시도 없이 그렇게 들고서서
오고오는 무수한 이들에게 쉼을 주는 그런 주춧돌이고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0 행복을 위한 조언들(펌) 무익한 종 2005.02.18 6506
329 컨테이너와 골함석 1 무익한 종 2005.05.18 6262
328 땅콩을 심으며 25 무익한종 2012.05.04 6196
327 2003년 4월 13일 예배 김용수 2003.04.22 5184
326 행복한 하루 1 무익한 종 2005.08.23 4937
325 흠모할 만한 것이 하나 없는 내 주님 같은 마을이여 1 무익한 종 2005.06.02 4629
324 고장난 트랙터 무익한 종 2003.05.02 4587
323 수술을 받고 나서 무익한 종 2003.05.02 4405
322 공동노동 무익한 종 2005.06.23 4341
321 건축을 시작하며 1 4 무익한 종 2006.03.10 4336
320 올해 고추 농사 1 무익한 종 2005.11.05 4271
319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 (02.5.22) 무익한 종 2003.05.07 4210
318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무익한 종 2004.11.13 4159
317 무익한 종이라 1 무익한 종 2005.01.13 3995
316 오직 믿음으로 무익한 종 2006.10.27 3984
315 꽃이 피어요 봄꽃이 무익한 종 2003.05.02 3977
314 양씨 어르신의 화해 1 무익한 종 2005.02.04 3968
313 캄보디아여 일어나라 2 무익한 종 2010.02.17 3917
312 무슨 농사를 이렇게 짓습니까? 1 무익한 종 2004.09.29 3886
311 나는 날마다 죽노라 2 무익한 종 2008.07.31 38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