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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8.03.09 14:14

아무도 가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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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일는 어렵지만 설레는 일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이셨는데
학교 축제 때 반별로 가장행렬을 하는 시간에 우리 반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대한 가장행렬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왕과 집현전 학자 그리고 백성들과 포졸들로 분장을 하였는데
저는 대본에도 없는 거지 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하였습니다.
가장행렬을 하는 그날 저는 곱추 거지 복장을 하고 얼굴을 분장하고 나갔는데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큰 반응이 나타난 것입니다.
왕도 멋있게 치장을 했고, 어가 행렬도 너무 멋있었지만 맨 뒤에서
곱추 거지 형상으로 분장을 하고 각설이 타령을 하며 학교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저에게로
온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진행본부로 갔고 귀빈들은 거지 밥통에 
수북히 돈을 채워주셨습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거지,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거지를 자청한 그날
저는 일약 스타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길
그러나 주님이 기뻐하시는 길이라면
나는 기쁨으로 그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나의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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