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밭에서 한 일들

by 무익한 종 posted May 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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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양계장에서 닭들 모이주고 몇가지 일을 한 후에 바로 밭일을 시작하였다.
일단 어제 양집사님 도움으로 로터리를 쳐 두었지만 해가 떠서 햇빛에 흙살이
노출되기 전에 옷을 입혀야 할 것 같아 옷 입힐 자재들을 모아두었다.
식당동쪽 부분에는 볏짚을 가져다 파쇄기로 자른 후에 두텁게 깔아 옷을 입혔다.
자른 볏짚을 들고 나르면서 흙을 밟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부드러운 흙살들이 내 발을 간지럽히는 것 같기도 하고
고맙다고 나를 쓰다듬는 것 같기도 한 아무튼 무척 기분좋은 느낌이다.

그리고 쌀겨와 깻묵 그리고 계분을 섞어서 한방영양제와 녹즙으로
잘 버무려 추비재료를 만들어 밭 한쪽에 덮어 두었다.
이것으로 미생물이 온 밭에서 뛰놀게 해주리라.

오후에는 복숭아 나무 전정해둔 것들을 잘라 밭에 뿌려주다가
파쇄기 날이 망가지는 바람에 얼마 못하고 중단해 버렸다.
마침 식당 주방 자재가 들어와 시간을 죽이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밭을 다 돌아다녀보았지만 지렁이는 한마리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두고 보자. 올해 가을 무렵 다시금 돌아온 지렁이들이
온 밭에서 깔깔거리며 뒹굴고 노는 모습을 보게 되리니.

일단 밭에는 고추와 들깨 그리고 엽채류와 고구마 옥수수와 오이 등을 심기로 하고
밭 전체 그림을 그려놓고 식물 친구들이 살 집을 생각하는 중이다.

정대서 장로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EM과 내가 작년에 채취한 토착미생물을 가지고
동일한 식물에게 실험을 할 생각이다.
일 주일에 한번씩 미생물들을 살포하면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리라.

밭에서 흙을 만지고 식물들을 대하는 일은
이 아이들이 워낙 겸손하고 온유한 성질을 가져서일까
너무 신나고 즐거워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