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2006.5.29


 


서론


성인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생긴다는 이유에서 생활습관병으로 바뀌어 불리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생활습관병은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희귀병이었다는 사실인데, 가공할 이 질환들은 20세기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장래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질환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게 건강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 책은 샐러리맨이었던 저자가 기막힌 경험을 하고 쓴 논픽션이다. 이 책은 한 때 유명 제과회사에서 중견 간부로 근무했던 저자의 충격적인 양심선언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기업의 이익 때문에 숨겨졌던 많은 부분이 이 책 안에 녹아 있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코 먹이는 과자, 사탕 등이 우리의 귀한 아이들을 질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식원성증후군(食原性症候群)


1970년 대 중반 이후 청소년들의 교내폭력 문제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이 청소년의 폭력 환경을 조장하는 것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식생활에 있었다. 잘못된 식생활이 非行 청소년을 만드는 주범이었다.


심리영양학’(심리학과 영양학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학문)을 개척한 오사와 교수는 과자, 주스, 음료,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 등이 우리 심신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너무나 생생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상한 아이스크림 회사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던 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한 젊은이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다. 이듬해 그는 아이스크림 사업에 관심이 많고 사업 수단이 좋은, 친척 동생을 설득하여 합류시켰다. 창업한 지 10여 년 만에 그들은 미국 전역에 사업장을 갖게 되었고 제품수도 수십 종에 달해 고객들은 한 달 동안 매일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지 약 20년쯤 된 1967, 창업자 가운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숨진 사람은 나중에 합류했던 동생이었다. 그는 당시 54, 아직 한창 일할 나이였다. 사인은 심장마비. 숨진 그는 10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비만형 체구였다.


나머지 창업자도 비만과 싸워야 했으며 이미 당뇨 증상이 있었고, 고혈압 때문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들은 20년 간 엄청난 양의 아이스크림을 먹어왔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평소 존경하며 따르던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이유와 아버지가 이렇게 병치레를 하는 이유를 아이스크림에서 찾으려 했고, 따라서 아버지의 사업을 달갑지 않게 여기기 시작했다. 아들이 사업을 계승해 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과 달리 젊은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끝내 거역하고 가출해 버렸다. 그때 회사는 이미 미국 최대의 아이스크림 재벌이 되어 있었지만 그 아들은 아버지의 성공적인 사업에 도무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소설 같은 이약기는 실화다. 창업자의 이름은 어브 로빈스Irv Robbins, 일찍 숨진 그의 사업 파트너이자 동생은 버트 배스킨Burt Baskin, 그리고 창업자의 아들은 지금 채식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존 로빈스John Robbins.


존 로빈스는 세계적인 식품회사의 유일한 상속자로서 엄청난 부귀영화가 보장돼 있는 이른바 재벌2세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브리티시 컬럼비아 해안의 작은 섬으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그는 1천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10년을 지내는 비상식적인 생활을 했다. 그는 그곳에서 철저한 채식주의 생활을 실천하면서 책을 한 권 저술 했는데, 1980년 대 후반, 미국의 유가공업계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베스트셀러[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Diet for a new America]가 그 책이다. 그는 부와 명예보다 건강과 행복을 택한 것이다.


이상한 아이스크림 회사의 이야기를 좀 더하면, 믿음직한 파트너와 사랑하는 아들이 곁을 떠난 창업자 어브 로빈스는 갈수로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콜레스테롤 수치는 위험 수준을 훨씬 넘어 300에 도달했고, 악화된 당뇨 증세는 실명과 괴저(壞疽)의 위험까지 예고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채식주의자인 아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식생활을 바꾸기 시작했고 아이스크림도 입에서 멀리 했다.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그가 만든 회사에서 나오는 식품을 그와 그의 가족만은 먹지 않는 형국이 됐다.


글렌 배첼러Glenn Bacheller는 미국 식품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창업자인 어브 로빈스가 은퇴하고 난 후, 한동안 이 회사의 회장으로 재직했다. 그의 아내는 어느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의 남편은 회사에선 어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지만, 집에서는 결코 입에 대지 않아요. 저는 남편이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날은 금방 알 수 있죠. 그 날은 잠잘 때면 코를 골거든요.” 그는 결국 주수 회사로 직장을 옮긴다. 이 일련의 이야기는 코미디를 방불케 하지만 틀림없는 실화다.


 


주부 경제 기여론


오늘날 주부들은 두 가지 점에서 경제성장에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하나는 무분별하게 가공식품을 소비함으로써 식품산업을 번창시킨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가족을 질병에 걸리게 함으로써 의료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점이다.


 


 


본론


I. 위대한 파괴자들


 


1. 20세기의 걸작? 라면


1인당 연간 소비량 80여 개, 연간 총 생산량 약 40억 개, 시장규모 1 2천억 원. 가공식품 시장의 절대 강자


20세기 식품업계가 낳은 최대의 히트제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바로 첨가물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주 구성원료는 흰 밀가루첨가물임에 틀림없다. 이마무라 고이치는 저서에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인스턴트 라면을 3주간 계속 먹게 되면 반드시 뇌와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고 경고한다.


인스턴트 라면 마니아들의 치명적인 피해 사례를 오사와 히로시 교수의 저서 [식원성증후군]을 빌어 소개하면,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한 어느 중학생의 방에 가보니 라면 봉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라면을 늘 박스 패로 구입하던 어느 가정의 어린아이가 숨졌다.


인스턴트 라면을 주식으로 삼던 한 학생이 숨졌다.


인스턴트 람면 애호가였던 한 30대 남성이 사망했다.


어느 화가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암 진단을 받고 결국 사망했다.


인스턴트 라면에 사용되는 첨가물은 대동소이하다. 인공조미료, 향료, 색소, 유화제, 안정제, 산호방지제, 점조(粘稠)제 등이다. 


라면의 제조공정을 보면, 보통 면발 성형 후 먼저 100C 이상의 증숙 과정을 거치고 이것은 다시 150C 전후의 유탕처리 과정을 거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는 먹기 전에 또 끓는 물에 삶는다.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열처리된 탄수화물은 당연히 입자가 작아지고 성겨질 수밖에 없으며, 소화, 흡수 속도가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몸의 인슐린 분비 세포에 타격을 가한다. 만일 혈당관리 기능이 비정상인 사람이 인스턴트 라면을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스턴트 라면에는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것은 인체의 당 대사 메커니즘과 관련된 문제다. 그 문제는 왜 인스턴트 라면이 정크푸드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며, 모든 인스턴트 식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2. 식품이 아닌 식품인 정크푸드, 스낵


당지수GI, Glycemic Index 개념은 정크푸드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다. 일반적으로 식품을 섭취하면 체내 혈당치가 올라간다. 혈당치가 올라가는 까닭은 식품 속에 많든 적든 탄수화물 성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혈당치를 빨리 또 높게 올리는 식품은 당지수가 높다고 하며, 혈당치를 천천히 또 낮게 올리는 식품은 당지수가 낮다고 한다. 가공방법의 차이에 의해 같은 소재의 식품이라도 당지수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쪄서 만든 찐 옥수수와 튀겨서 만든 팝콘은 당지수가 서로 다르다. 같은 쌀로 만들었다고 해도 쌀튀김역시 당지수가 다르다. 그 원인은 식품을 찔 때와 튀길 때, 식품 내 탄수화물의 입자 크기입자 간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찐 것은 당지수가 낮고 튀긴 것은 당지수가 높게 나타난다.


당지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혈당치를 급격하게 높임으로써 생리상의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이 해로운 이유가 바로 혈당치를 빠르게 올리기 대문이란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건강 저널리스트인 미리엄 윌리엄슨은 쌀밥의 경우 열처리를 많이 한 즉석 밥일반 밥에 비해 당지수가 약 3배 정도로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가공방법과 당지수가 연관되어 있다는 이론은 식품,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가공방법의 차이에 의해 몸에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으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고온의 열처리 과정을 걸치는 라면, 스낵 유형의 식품을 정크푸드Junk food라 하는가?


영양가는 없으면서, 적은 양으로도 혈당치를 급상승시키고 공복감을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식품을 지속적으로 탐닉하면 결국 혈당관리시스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스낵 식품에는 많은 종류의 첨가물이 들어 있다. 팽화시키기 위해 대부분 팽창제라는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맛을 내기 위해 인공조미료와 각종 향료가 사용되고, 색깔과 빛깔을 좋게 하기 위해 색소도 사용된다.


 


3. 제과의 뒷모습, 쵸코파이


과자의 제왕, 국민 과자, 情을 전하는 과자, 지난 30년간 과자 판매 1위 유지, 단일 제품 누적판매액 1조 원 돌파(선발업체 1개 사만의 실적), 낱개 단위로 85억 개, 총 중량은 약 30만 톤, 트럭에 실을 경우 10톤 화물차 약 3만 대, 한 줄로 늘어 놓으면 지구를 15바퀴를 돌 수 있는 양.


일반 쵸코파이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겉 부분인 초콜릿, 중간 부분인 파이, 안쪽 부분인 머시멜로 크림. 우선 각 부위의 공통적인 문제는 정제당류가 너무 많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제품의 약 1/3이 설탕과 정제물엿이다. 만일 30그램짜리 쵸코파이 한 개를 먹는다면 10그램 안팎의 정제당을 먹는 셈이다. 겉을 둘러싸고 있는 초코릿은 엄밀히 말해서 초코릿이 아니다. 초콜릿의 형상을 한 모조 초콜릿이다. 대부분의 초코파이류 제품에는 카카오 열매의 핵심물질인 코코아버터가 한방울도 들어 있지 않다. 코코아버터를 짜내고 난 코코아 파우더만 소량 들어 있을 뿐이다. 모조 초콜릿에는 천연 코코아버터 대신 화학처리를 한 유지가 사용된다. 제품 포장지에 표기되어 있는 이른 바 정제가공유지가 그것이다. 정제가공유지는 수소첨가반응의 산물이다. 수소를 첨가시킨 경화유는 다량의 트랜스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이란 주요 유해성분의 하나다. 경화고가 일반 고체 유지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수소첨가반응이 더 가혹한 조건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하며, 그만큼 트랜스지방산 생산량이 더 많을 것이란 사실을 시사한다.


초코파이의 매력은 달콤한 맛 외에도 입 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있다. 이것이 바로 제과회사들이 자랑하는 비스킷에서의 스펀지 조직형성 기술인데, 그 노하우는 쇼트닝에 있다. 이 파이에는 엄청난 양의 쇼트닝이 사용된다. 쇼트닝 역시 수소첨가반응의 산물이며, 많은 양의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다. 또 파이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원료가 팽창제다. 팽창제는 물론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조합되어 만들어진다.


초코파이는 명성만큼이나 신비도 가득한 제품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하는 점이 방부제의 사용 여부다. 이 의구심은 제품 가장 안 쪽에 있는 이른바 머시멜로 크림을 보면 더욱 커진다. 왜냐하면 보통 머시멜로의 1/3 정도가 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수분 함량이 높음에도 어떻게 수개월간 상온 유통이 가능한 것일까? 이 원리는 간단하다. 머시멜로 크림은 정제당류 덩어리다. 90% 이상이 설탕과 정제물엿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머시멜로 기본상식이다. 식품에 당류와 같은, ‘수분흡착성이 높은 물질Humectant’이 사용되면 수분이 많더라도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력으로 알고 있는 이 제품의 신비다.


이 위대한 발명품은 정제당류, 트랜스지방산, 첨가물 범벅인, 오늘 날 문제가 되는 가공식품의 전형인 것이다.


 


4. 충치는 빙산의 일각, 캔디


오늘 날 가공식품이 비판을 받는 까닭은 대체로 세 가지 혐오물질이 들어 있어서다. 그것은 정제당, 나쁜 지방, 첨가물이다. 우리 주변의 가공식품을 보면 한결같이 혐오물질 범벅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캔디제품이다. 캔디는 오로지 이와 같은 문제의 물질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캔디 만드는 방법을 살펴 보자. 설탕과 정제물엿을 넣고 가열, 농축한다. 부드러운 캔디의 경우에는 여기에 유화제와 수소 첨가된 경화유를 넣는다. 농축이 끝나면 맛을 내기 위해 산미료나 조미료, 향료, 등의 첨가물을 넣고, 색택을 좋게 하기 위해 색소를 쓴다. 그런데 캔디의 주원료로서 설탕과 쌍벽을 이루는 물엿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진 사람이 간혹 있다. 물엿은 그다지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조방법이 완전히 다른 물엿은 영양분이 거의 유실되어 있다. 물엿 역시 정제당의 한 아류이며, 과잉행동장애아 연구 기관인 미국의 페인골드협회에서도 요주의당류로 분류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현명한 소비자라면 캔디에 들어 있는 설탕과 정제물엿이 몸 안에서 당 대사 기능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알아야 한다. 또 경화시킨 유지와 첨가물들이 생리기능과 신경전달기능, 뇌 기능에 어떤 장애를 주는지 생각해야 한다. 캔디의 충치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5. 기분 전환, 입 청소에 가려진 껌의 진짜 모습


정제당 70%, 첨가물 30%. 이것을 사람들은 입 안에 넣고 씹는다. 껌을 씹는 것이 곧 이 두 종류의 혐오물질을 씹는 것이다. 껌에 있는 두 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정제당은 대부분 백설탕이다. 껌을 통해 섭취하는 정제당은 양적으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껌의 문제는 바로 첨가물에 있다. 껌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껌의 기본 물질인 껌베이스Gum base를 보면, 껌 속의 첨가물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껌베이스다. 베이스는 치클과 같은 천연물질이 소량 사용될 뿐 거의 대부분 합성물질로 되어 있다. 그나마 요즘은 치클을 점차 빼는 추세에 있어 천연 베이스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훨씬 더 많다.


껌의 나머지 첨가물들을 보면, 향료, 색소, 유화제, 연화제, 가소제, 향 보조제 등이 모두 화학물질이다. 여기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향료다. 껌에 사용하는 향료의 양은 보통 1퍼센트를 훨씬 넘는다. 이는 일반식품에 사용하는 향료 사용 비율의 10배가 넘는 숫자다.


만일 하루에 세 번 껌을 씹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업체에서는 1회 씹는 껌의 양을 보통 2.7그램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사람은 매일 8그램 이상의 껌을 씹게 되는데, 이때 섭취하는 향료가 0.1그램 가까이 된다. 액상 향료 0.1 그램이라면 어느 정도의 양일까. 쉽게 말해 물 한 방울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대수롭지 않은 양이라고 웃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속에는 보통 수백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그 중에는 환경호르몬이 있을 수 있으며 아직 검증이 안 된 발암물질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물질은 생체 내에서 ‘1조분의 1’의 농도인 ppt 단위에서도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중 50kg인 사람이 0.1 그램의 향료를 섭취했을 경우, 향료성분의 체내 농도는 약 2ppm이다. 이 값은 2백만 ppt에 해당한다. 호르몬 교란 측면에서 볼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진한 농도다.


이제 껌이라는 기호식품도 건강 측면에서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


 


6. 양의 탈을 쓴 이리,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구성하는 원료를 보면, 주원료는 당류와 지방, 그리고 물이다. 원료의 좋고 나쁨을 생각하지 전에 일단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른다. ‘물과 기름을 어떻게 섞을까?’ 그것은 아이스크림 공장의 기술자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다. 조금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물과 기름이 순식간에 분리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고민거리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해답은 바로 첨가물이다. 아이스크림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유화제가 사용된다.


계면활성제의 다른 이름인 유화제는 식품에서 물과 기름이 잘 섞이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대부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유화제가 손가락질 받는 이유는 이처럼 화학물질이라는 점 때문인데, 실은 그 사실만이 문제가 아니다. 체내에서의 행태가 고약하기 이를 데 없어서다. 유화제는 발암 물질을 비롯한 각종 유해성분을 체액에 잘 섞이도록 돕는다. 체액에 고루 섞인 유해물질들은 한결 쉽게 흡수되어 세포로 이동한다.


아이스크림은 사실 첨가물 덩어리다. 여기에 사용되는 첨가물은 유화제만이 아니다. 맛을 내기 위한 향료, 먹음직스럽게 하기 위한 색소, 그밖에 안정제, 점조제 등이 사용되며, 경우에 따라 인공감미료나 보존료도 사용된다.


아이스크림이 인체에 미치는 폐해는 비단 이러한 첨가물 문제만이 아니다. 당류와 지방질 원료가 다량 사용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그것은 정제당과 나쁜 지방을 동시에 섭취하는 데에서 생기는 위해성의 상승효과. 생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일컬어 -지방 연관효과Sugar-fat connection’라 한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함께 들어 있는 식품은 체내의 지방축적 효소를 더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결국 아이스크림은 비만과 생활습관병(성인병)의 주범이라는 뜻이다.


 


7. 아메리칸 사료, 패스트푸드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첨가물 문제가 그 하나요, 지방 함량이 높음으로써 생기는 고칼로리 문제가 다른 하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햄버거, 감자튀김, 치킨 세트 등에는, 하루 열량 권장량의 최대 53%, 지방 권장 섭취량의 최대 82%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비만과 소아 생활습관병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감자를 찌거나 구운 제품인 경우 100그램당 칼로리가 65킬로 칼로리인데 비해, 프렌치프라이는 그 5배에 해당하는 324킬로 칼로리나 된다. 여기서 고칼로리 식품이라는 불명예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 바로 트랜스지방산이다. 미국 공인 과학센터의 마이클 자콥스 박사는 저서 [레스토랑의 비밀]에서 이렇게 폭로했다.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는 그 동안 감자튀김에 쇠기름을 써왔는데, 여론의 비난에 밀려 식물성 유지로 바꿨다. 그러나 식물성 유지가 수소 첨가된 쇼트닝이다. 쇼트닝은 쇠기름보다 더 나쁘다.”


 


8. ‘가공’, 그 허울 좋은 너울, 가공 치즈와 버터


연간 30조 원, 우리나라 가공식품 시장이 연간 규모.


과연 가공식품이란 무엇일까?


식품을 가공한다는 말은 첨가물을 사용하여 식품소재를 변형하는 것을 말하고, 가공식품이란 그런 방법에 의해 만들어진,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식품이라고 정리된다.


예를 들어 보자. 치즈에는 자연치즈와 가공치즈가 있다. 자연치즈는 우유가 응유효소에 의해 응고된 것 자체, 즉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치즈를 일컫는다. 여기에 가공식품 업자들은 여러 가지 물질을 넣는다. 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유화제를 넣는가 하면, 맛을 위해 조미료나 향을 넣고, 색택을 위해 색소를, 보관성을 위해 보존료를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첨가물투성이의 치즈가 바로 가공치즈다. 가공치즈와 사촌쯤의 관계에 있는 또 하나의 유가공품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공버터다. 유지방에 물리적인 충격을 주어 지방입자를 키운 것이 천연버터라 한다면, 여기에 각종 첨가물들을 섞은 것을 가공버터라 한다. 가공버터는 자주 축산물가공품이란 말로 위장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가공의 너울을 쓴 식품들은 포장지에 가공이라는 용어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초콜릿에서도 초콜릿 가공품이라고 표기된 제품의 경우는 십중팔구 모조 초콜릿이 사용된다. 모조 초콜릿에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랜스지방산과 같은 유해성분이 들어 있다.


 


9. 가장 위험한 것, 햄과 소시지


일본의 식품첨가물 전문 컨설턴트인 와타나베 유지는, “말일 가공식품 중 가장 유해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햄과 소시지를 들겠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질산나트륨은 첨가물 가운데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정의한다.


햄과 소시지는 물론이고 베이컨 등 육가공품에는 거의 빠짐없이 아질산나트륨이 사용된다. 이 첨가물은 육가공품에서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다. 첫째, 선홍색을 발산시켜 먹음직스럽게 하고, 둘째 이미異味를 덮어줌으로써 맛을 부드럽게 하고, 셋째 식중독균 등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여 보관성을 좋게 한다.


미국 식품의약품국에서는 육가공업체에게 아질산나트륨을 빼고 생산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지도해 왔다. 또 미국 농무부도 최대한 그 사용량을 줄이도록 권고해 왔다. 육가공업체들은 이러한 조치가 취해질 때마다 강력히 반발했다. 아질산나트륨을 대체할 만한 물질이 아직 없다는 것. 업계의 로비력이 법률의 절대성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1970년대 후반, 다행히 독일은 육가공품에서 아질산나트륨 사용을 금지했다. 독일의 식품 당국은 그 위험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육가공업체들의 압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FDA는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질산나트륨은 어떤 물질일까?


사실 아질산나트륨은 발암물질이기 이전에 먼저 독극물이다. 사람의 경우, 섭취량이 0.18~2.5그램의 범위에서 사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여기서 최저 섭취량 0.18그램은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독성이 심한 청산가리의 치사량이 0.15그램인 점과 비교하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질산나트륨 그 자체가 직접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인체의 위에서, 육류식품에 필연적으로 들어 있는 아민성분과 결합하여 니트로사민Nitrosamine이라는 물질을 만든다. 암을 일으키는 주범은 바로 니트로사민이다.


 


10. 노란 우유, 가공유


유제품의 최강자 바나나 우유. 연간 2억 개, 물량으로 약 5만 톤. ‘연간 판매 천억 원 고지점령.


그 가공할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것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가공유라는 표기다. 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 바나나향이라는 표기도 눈에 띈다. 이름은 바나나 우유지만 어딜 보아도 실제 바나나를 사용했다는 표기는 없다. 이 우유 역시 가공이라는 수식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가공식품의 1등 효자다.


바나나 우유 제품의 고형분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과당과 설탕을 보자. 이들 당류는 물론 정제당이다.


연노랑의 정체를 보자. 그 신비한 색상은 치자황색소가 만든다. 치자황색소는 천역색소임에 틀림없다. 이 색소는 치자 열매를 추출하여 얻는다. 물론 합성착색료보다 가격도 더 비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치자 열매는 먹을 수 있는 과실이 아니다. , 치자황색소는 비식품 소재를 추출하여 만든 물질이다. 먹을 수 없는 소재에서 만든 첨가물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본 [식품첨가물 평가일람]을 보면 치자황색소는 위험등급 3으로 분류돼 있다. 이 분류에 속하는 첨가물은 오랜 기간 섭취할 경우 장애가 생길 수 있는 것”, “대량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 되어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깊숙한 바나나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향료가 그 해답이다. 향료는 보통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로 이루어진다. 그 속에 뇌 활동을 왜곡하는 물질, 호르몬 교란물질, 알레르기 유발물질들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 카테고리의 시장에는 바나나, 딸기와 같은 과일 맛 우유 외에 쵸코 우유커피 우유가 있다.


초코 우유의 경우는 코코아 분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 복잡한 문제가 따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침전 문제다. 이 문제는 안정제라는 또 다른 첨가물을 부른다. 초코 우유의 원료 표기를 자세히 보면 카라기난이라는 생소한 물질명이 눈에 띈다. 이 물질은 우유의 점성을 높여줌으로써 고형분의 침점을 막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