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단비에 산천초목이 춤을 춘다. 말라있던 논들에 물대는 농부들의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모는 커 가는데 시내의 물은 말라 논에서는 먼지가 폴폴 날릴 때 서로가 언성이 높아지곤 했었는데 저마다 여유가 생겼다. 물 가득 찬 논을 바라보니 이미 풍년인 듯하다. 이제 서서히 논의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것이다. 그 속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간다. 동물로는 뜸부기, 미꾸라지, 우렁이, 다슬기, 소금쟁이, 물뱀, 긴꼬리투구새우, 메뚜기, 방아개비, 여치, 소금거머리, 개구리 등이며 식물로는 피, 생이가래, 물봉선, 물옥잠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셀 수 없는 미생물들이 공생하며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무농약 농업을 할 경우에 말이다.

        올해도 우렁이 농법으로 논농사를 지으려 한다. 벌써 11째 농사를 짓고 있다. 처음에는 관행으로 2, 3년인가를 제초제며 각종 농약을 써가며 지었다. 하지만 귀농한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 결단하고 오리농법을 시도했다. 3년을 오리 잡으러 온 들판을 헤집고 다녔다. 어떻게 그리도 잘 탈출을 하는지 그리고 는 남의 논에 가서 열심히 일하는 오리가 내대신 품앗이 하는 줄 알았다. 한해인가는 이삭이 나올 무렵 잎마름병이 번졌는데 신념을 지키느냐고 수확을 반도 못했다. 그 뒤 더 이상 오리들과 싸우기 싫어서 쌀겨농법으로 전환을 했는데 시기가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양이 적었는지 완전히 잡초논이 되어서 3번에 걸친 피사리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래도 인내는 소망을 이루는 법인가보다. 한해의 시행착오를 지나 우렁이 농법으로 답을 찾았다. 달리 비법이라 할 것도 없지만 논둑을 높이하고 수평을 잘 잡고 모내기 후 2, 3일안에 우렁이를 넣어주면 잡초와는 별로 만날 일이 없다.

        우리 조상 대대로 지어왔던 논은 우리에게 식량을 주기도 하지만 그 외에 여러 가지 유익을 제공한다. 먼저 요즘 한여름에 도시는 열섬 현상으로 한밤의 온도가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날짜의 수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그에 따른 에너지 수요는 급증하게 되고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이산화탄소는 증가하고 온난화는 가속되고……. 악순환이다. 한 실험에 의하면 건물들 사이의 논의 온도를 재어보았더니 콘크리트 건물의 온도가 40도를 넘는데 비해 논의 온도는 25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토양의 유실을 막는데 현격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벼 역시 녹색식물이기에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시켜 주기도 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홍수조절기능에 수질정화와 수자원보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대운하 운운하느니 것보다 있는 논이나 잘 보전했으면 정말 좋겠다. 누군가 이러한 다원적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보니 약 24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매년 여의도 넓이의 37배가 되는 논이 산업용지니, 택지개발이니 해서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전체논의 약 10%가 없어졌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선진국일수록 식량안보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정책에 선두를 달리고 있으니……. 역사에서 사라진 많은 도시국가들의 예에서 보면 식량자급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었다. 지금의 이스라엘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도 식량을 자급자족 한다고 한다. 물론 다른 강대국들은 이미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 대만 정부의 관계자는 지금의 석유값보다는 식량의 무기화가 더 무서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의 식량자급율은 25%수준이다. 물론 축산 사료를 뺀다면 75%정도는 된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바보 선언은 불가능 할 것이고  그나마 있는 농지라도 지혜롭게 유지해 나갔으면 한다. 그래야 일어날 일에 최소한의 대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자동차 없어도 핸드폰 안 써도 살 순 있다. 하지만 밥 없이는 며칠을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