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효율을 높이자


에너지 전환을 위한 또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같은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더 많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백열등을 켜서 절전형 등을 켤 때와 똑같은 밝기를 얻으려면 전기를 4배 가까이 더 소모해야 한다. 할로겐 램프도 마찬가지로 절전형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써야 같은 밝기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등으로 조명을 하는 것은 에너지를 아주 비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고,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돈이 조금 더 든다고 해서 단열재를 넣지 않거나 적게 넣으면 나중에 난방 에너지와 냉방 에너지가 아주 많이 들어간다. 단열을 제대로만 하면 에너지 소모량이 훨씬 줄어들 텐데 대강 집을 지은 탓에 수십년 이상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도 아주 비효율적인 에너지 이용의 대표적 사례이다.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도 효율적인 것과 비효율적인 것이 있다.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들은 대부분 에너지의 70% 가량을 공중이나 바다로 날려보낸다. 나머지 30% 정도가 소비자에게 전기의 형태로 보내진다. 그런데 우리가 만일 공중으로 날라가는 열을 난방용으로 이용한다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열까지 이용하는 발전방식을 열병합 발전이라고 한다. 열병합 발전시설은 작은 도시 전체에 전기와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커다란 것부터 작은 건물 하나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마이크로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난방 시설에서 주로 가스를 이용하여 열병합발전을 한다. 가스 복합화력발전소에서도 열병합발전을 한다. 열병합 발전을 하면 투입한 연료에 들어 있는 에너지 중에서 90% 가량을 이용할 수 있다. 보통의 화력발전과 비교하면 효율이 세배 정도 높은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발전시설은 외딴 곳에 세우지는 못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세워야 하는데, 생산한 열을 이용할 수 있는 주택이나 공장이 근처에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12. 열병합발전 효율나타내는 그림 - solarbuch12면)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이용하면 재생가능 에너지의 이용을 크게 늘려도 소용이 없다. 낭비로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채워주는 꼴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에너지 전환을 쉽게 달성하려면 에너지 소비도 줄여야 한다.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서 전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어야만 재생가능 에너지의 개발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에너지 전환이 이룩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절약을 통해서 전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이와 동시에 재생가능 에너지의 이용이 늘어나야 한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이다. 대기전력이란 가전기기가 꺼져있는 상태에서도 전선과 연결된 콘센트에 코드가 꽂혀 있으면 흐르는 약간의 전기를 말한다. 소량이긴 하지만 코드가 꽂혀있는 상태에서 24시간 내내 흘러간 것을 합하면 꽤 많은 양이 된다. 아무것도 안하는데 전기는 그냥 새나가는 것이다. 대기전력은 우리나라 전체 전기소비의 5%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자력발전소 3개에서 생산되는 전기에 해당하는 아주 많은 양이다. 돈으로 따져도 수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그렇다고 전기제품을 끌 때마다 코드를 빼서 전기를 차단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 이를 해결 하는 방법이 바로 멀티탭을 쓰는 것이다. 텔레비전, 오디오, 컴퓨터, 휴대전화 충전기 등 각종 가전기기를 멀티탭에 연결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멀티탭 스위치만 누르면 상당한 양의 전기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것도 귀찮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고 대기전력이 아주 적게 들어가는 제품을 새로 사서 쓰면 되지만, 이것은 경제적으로나 전체 에너지 소비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쓰던 것을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할 때는 대기전력 사용량을 꼼꼼히 따져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대기전력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라 해도 크기가 늘어나면 전기 소비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전제품을 바꿀 때 그 전 것보다 더 큰 것을 선호한다. 냉장고와 텔레비전도 10년 전에 비해 훨씬 커졌고, 이것들이 점점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결과는 전체적으로는 전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생활이 자꾸 큰 것을 쫓아가는 식으로 나아가면 에너지 전환은 점점 어려워진다.



http://energyvision.org/file/에너지%20전환%3A%20효율을%20높이자/multi.jpg



대기전력 차단 멀티탭


심야전력 난방도 가스나 석유 난방으로 바꾸면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심야전력은 원래 24시간 돌아가는 원자력발전소나 대형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밤에 생산되는 전기 중에서 남아도는 것을 소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요즈음에는 심야전력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서 원자력발전소 전기만으로는 심야전력 수요를 전부 채우지 못한다. 그렇다고 심야전력 공급이 끊어지게 만들 수는 없다. 이때 모자라는 심야전력을 만들기 위해서 뛰어드는 것이 화력발전이다. 가스화력 발전소를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가스나 석유로 먼저 전기를 만든 다음에 이것으로 다시 난방을 하는 것은 아주 비효율적인 에너지 이용방식이다. 가스를 가지고 전기를 만들어서 난방을 하면 가스에 들어 있는 에너지 중에서 최대 25%밖에는 쓰지 못한다. 전기를 만들 때 에너지 손실이 60% 가량 일어나고, 전기를 수송할 때 또다시 10% 가량 손실이 발생하고, 최종적으로 주택에서 심야전력으로 물을 데울 때 또다시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스로 직접 난방을 하면 가스에 들어있는 에너지의 85% 이상을 난방용으로 쓸 수 있다. 그러므로 심야전력 난방은 가스로 직접 난방하는 보다 에너지 효율이 3분의 1도 안되는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13. 전기난방에서 일어나는 손실 - energiesparen)

전기는 고급에너지이기 때문에, 만드는 데 에너지를 많이 투입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기는 가능한 한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투입하는 것이 좋다. 예를들어서 조명, 가전기기, 전동기 등 석유나 가스로 대체하기 어려운 곳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쓰기 편리하다고 해서 전기를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한국의 전체 전기소비에서 심야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5%가 넘는다. 이것을 모두 가스나 석유난방으로 바꾸면 전기소비와 에너지 소비를 3-4% 줄일 수 있다. 건물을 밝히는 데도 절전형 조명기기를 이용하면 전체 전기소비의 3% 가량을 줄일 수 있다. 냉방에 들어가는 전기도 집을 지을 때 조금만 신경쓰면 크게 줄일 수 있다. 집을 지을 때 단열을 적게 하거나 벽면을 유리로 둘러 싸면, 여름철에 비치는 햇빛의 열이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내부가 뜨거워진다. 이것을 식히려면 엄청난 양의 냉방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외부단열을 보강하고 햇빛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해서 집을 지으면 난방은 물론이고, 냉방용 에너지 소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