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태양광주택 10만호 계획


정부에서는 2011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5%, 전력의 7%를 쓰레기를 포함한 대체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그 속에 쓰레기가 90% 가까이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야심적인 계획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러한 계획은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이다. 몇가지 시책도 수립해서 시행하려 하고 있다. 그 중에는 태양광 주택을 10만호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수조원 이상의 아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계획이다. 또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서 소매가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사주는 시책도 있다. 2002년에 만든 법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은 kWh당 716원, 풍력발전은 kWh당 107원 가량을 주고 구매하는데, 이러한 제도를 고정가격구매제도라고 부른다. 앞의 10만호 보급계획은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직접지원사업이다. 뒤의 것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시민의 능동적 참여형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조급하게 생각하면 앞의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정부에서 큰 돈을 투자해서 10만호의 주택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짧은 시간 안에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조원이 들어간 이 사업이 끝나면 그 다음 사업은? 더 늘려서 100만호 지원사업을 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수십조의 재원이 필요하다. 국방예산이 연간 20여조 되는데 이것보다 더 많은 재원을 어디에서 조달하려는 것인가? 결국 이러한 방식의 사업은 불가능한 것이다. 1kWh에 716원을 주고 전기회사(한국전력)에서 구매해주는 제도는 재원조달 고민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전기회사(한국전력)에서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여기저기 태양광발전기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서 전기를 생산하면 전기요금은 조금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올라가는 요금은 깨끗한 전기를 쓰는 대가일 뿐이다. 화력과 원자력으로 얻은 전기를 쓰면 요금은 적게 낼지 모르지만, 그 대신 대기오염, 핵폐기물, 기후변화, 석유고갈로 인한 혼란 같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반면에 태양이나 바람에서 얻는 재생가능 전기는 그러한 재앙을 막아준다. 그렇다면 요금을 좀 더 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재생가능 에너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들 에너지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를 든다. 단순 비교하면 그렇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우선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경제성을 따져봐야 하고, 그 다음에는 이들 에너지가 유발하는 사회적인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경우 전력생산 비용만을 가지고 보면 재생가능 전기 생산보다 경제성이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진정한 가격은 그것들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만 얻어진다. 이러한 비용을 외부비용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이용으로 인한 건강손상, 환경손상, 기후변화유발, 화석연료의 안전한 수송에 들어가는 비용, 폐석탄광산과 폐우라늄광산의 피해, 석유파이프라인 누출로 인한 피해, 핵발전 관련 갈등비용, 과소산정된 핵폐기물 처분비용 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외부비용을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몇가지 계산 결과는 나와 있고, 이에 따르면 외부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석탄화력의 경우 생산비가 세배 가량 늘어나고, 원자력의 경우는 최대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에 비하면 풍력이나 태양광은 외부비용이 거의 없다.

외부비용까지 동원해서 반박하지 않더라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비싸다는 주장은 대책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쓰지 말고 계속해서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사용하자는 말인가? 그러다가 수십년 후에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라는 재앙을 맞이하자는 말인가? 우리 세대는 그때까지만 값싸게 이들 에너지를 이용하고, 우리 자식과 손자는 우리가 유발한 재앙을 처리하기 위해 엄청난 값을 치르라는 말인가? 누가 보아도 이는 무책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얼마 후에 우리사회를 책임질 우리 자식과 손자를 생각하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해야만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너무 비싸서 그걸 사용하면 굶어죽게 생겼다면 문제가 다르다. 그러나 재생가능 에너지의 가격은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더 많이 이용할수록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은 지난 10여년간 가격이 2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태양광발전은 두배씩 늘어나면 가격이 20%씩 떨어졌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어서 지난 10년간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10년 동안 또다시 현재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재생가능 에너지의 경제성을 높여서 더 많이 보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열심히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지연작전을 펴는 에너지 수구세력의 작전에 말려들수록 재앙은 조금씩 가까워오고 희망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출처: "Ecologically Optimized Extension of Renewable Energy Utilization in Germany", 독일 환경자연보호원자력안전부(BMU),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