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난방은 가능한가


한국의 경우 지붕 위에 물통과 집열판이 일체형으로 올려진 태양열 온수장치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태양열 난방장치의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겨울이 너무 추워서 집열판의 열이 밖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태양열 난방을 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난방을 하려면 진공관형 집열판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은 너무 비싸서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집열판을 이용하면 난방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기서 물론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집을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을 부실하게 지어서 열이 밖으로 많이 빠져나가면 태양열 난방설비를 아무리 잘 해도 소용이 없다. 태양열 난방은 단열 시공을 제대로 한 상태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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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설치한 태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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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람펠트 생태 주거단지


태양열 집열판은 일반적으로 주택의 지붕에 설치되어서 한 가정에서 필요한 난방용이나 온수용 열을 생산하여 공급한다. 그러나 그 용도가 독립된 주택용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아파트의 벽이나 지붕에 집열판을 넓게 설치해서 아파트 전체에서 필요한 열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급할 수도 있고, 여러개의 주택을 하나로 묶어 이들 주택 지붕 위에서 만들어진 열을 한군데에 모았다가 대단위 난방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필요한 것은 집열판의 규모에 맞는 커다란 축열조와 비교적 정밀한 열 조절시설이다. 태양열을 이용해서 대단위로 난방열이나 온수열을 공급하는 일은 스웨덴에서 이미 20년 전부터 시행되어 왔고, 독일 등지에서도 퍼져나가고 있다. 독일에는 낡은 아파트를 보수하면서 남쪽 벽 한면을 모두 집열판으로 덮은 경우도 있다. 아파트에서는 이 집열판을 통해서 필요한 난방열의 절반 가량을 얻는다.

독일의 함부르크의 브람펠트(Bramfeld) 신주거 단지는 주택들의 남쪽 면을 향한 지붕이 모두 집열판으로 덮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곳에 사는 124가구는 이 태양열 집열장치의 혜택을 크게 받고 있다. 브람펠트 주택단지 집열판의 전체 면적은 3000 제곱미터이고, 집열판에서 얻어지는 뜨거운 물을 보관하는 콘크리트 축열조는 지름이 26 미터, 깊이가 12 미터, 부피는 4500 세제곱미터에 달한다. 축열조가 이렇게 커야만 하는 이유는 뜨거운 물이 대부분 난방과 온수가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은 4월부터 9월까지의 기간에 만들어지고, 정작 열이 많이 필요한 겨울에는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해가 잘 비치는 여름에 물의 온도는 섭씨 95도까지 올라가는데, 이것은 대형 축열조에 보관되었다가 겨울에 난방용 및 온수용으로 쓰인다. 겨울철에 많이 사용한 결과 물이 식으면, 보조장치로 붙어 있는 가스보일러로 물을 데워서 공급한다. 브람펠트 주거단지의 난방, 온수용 가스 사용량이 집열판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의 절반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왔다. 이 단지의 건축비는 물론 보통 건물의 건축비보다 10% 가량 더 들어갔다. 이렇게 더 들어간 비용은 융자를 받았는데, 이것은 해마다 절약되는 가스요금으로 자동적으로 상계되도록 되어 있다. 20년 후에는 융자도 완전히 상환되므로, 그 후에는 가스비가 크게 절약된다. 브람펠트 주거단지와 같이 여름에 태양열을 모았다가 겨울에 사용하는 것을 계간(seasonal) 축열이라 한다.

한국의 경우는 태양열 난방 조건이 함부르크보다 훨씬 좋다. 겨울에 비치는 햇빛의 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에서는 1월 한달 동안 1제곱미터에 16kWh의 태양에너지가 들어온다. 6월에는 159kWh가 들어오니 여름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양이다. 이런 까닭에 난방을 하려면 대형 축열조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1월 한달 동안 1제곱미터에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양은 70kWh에 달한다. 이것은 독일의 4배가 넘는 많은 양이다. 그러므로 적당한 규모의 집열판을 제대로 설치해서 이용하면 태양열로 난방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해서 난방을 할 경우 설비를 생산하고 운반하고 설치하는 데 들어간 전체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년밖에 안된다. 집열판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알루미늄, 구리, 폴리우레탄폼, 암면, 유리, 고무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집열판 1제곱미터당 390kWh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집열판의 크기가 6제곱미터라면 약 2400kWh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다른 설비에 들어가는 구성물로는 집열판 외에 축열조, 구리관, 단열재가 있고 운반하는 데도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것은 모두 1600kWh에 달하기 때문에, 6제곱미터 태양열 난방.온수장치를 생산하고 설비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모두 4000kWh 정도 된다. 태양열 집열판 1제곱미터에서 1년간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집열판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300 - 450kWh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1제곱미터에 비치는 햇빛이 연간 약 1200kWh에 달하기 때문에 300kWh는 이 중에서 25%만을 열로 이용한 것이다. 6제곱미터로 얻게 되는 에너지의 양은 1800-2700kWh 인데, 이것으로 4000kWh를 나누면 투입된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 걸리는 기간이 구해진다. 이 기간은 1.2-2.2년밖에 안된다. 집열장치의 사용연한을 20년으로 잡으면 에너지 상쇄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되는 것이다. 태양열 난방이 석유, 가스, 석탄 같은 난방용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 아주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열 난방.온수장치는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집열판의 크기가 6제곱미터인 태양열 장치를 사용해서 일년 동안 얻을 수 있는 2000kWh의 에너지를 석유를 때서 얻으려면 석유 250리터가 필요하다. 석유 1리터에 들어있는 에너지의 양은 약 10kWh가 되지만 태울 때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2000kWh를 얻는 데 250리터가 들어가는 것이다. 석유 1리터를 태울 때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352g이다. 태양열 장치로 석유 250리터를 절약하면 이산화탄소 방출도 650kg 줄이게 되는 셈이다. 2000kWh의 에너지는 가스로 환산하면 193m3에 해당하고, 1m3의 가스는 이산화탄소를 251g 배출한다. 가스 대신 태양열 난방을 하면 줄어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366kg이 된다. 태양열 집열장치를 만들 때 방출되는 이산화황 같은 대기오염물질의 양(1kWh당 0.04g)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적다.

전세계적으로 건물지붕이나 유휴지에 태양열 장치를 설치해서 얻을 수 있는 난방.온수열은 연간 대략 10 엑사(10의 15승) 줄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실제로 이러한 장치를 통해서 얻는 에너지의 양은 그것의 0.5%밖에 안되는 50페타(10의 12승) 줄이다. 1998년에 전세계에 설치된 집열판의 면적은 약 3000만 제곱미터에 달했는데, 이것은 열생산 용량이 모두 18,000 메가와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태양열 집열판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1996년에 70만 제곱미터가 생산되었고, 시장은 해마다 20%씩 증가하고 있다. 2010년이 되면 전세계에 설치될 태양열 집열판의 면적이 1998년의 5배인 1억 5000만 제곱미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건물 지붕과 남쪽 벽면에만 모두 설치해도 일년에 필요한 최종 에너지의 40%를 태양열 장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건물 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밖에 안되므로 난방열을 충분히 얻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