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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11-Mar

1999년 7월 보은예수마을 소식지 -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작성자: bona IP ADRESS: *.20.187.148 조회 수: 4656


 
  보은예수마을 월간 소식지 1999.7. 창간준비1호  
 
<시>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외딴섬이라서 시를 쓴다.
피할 수 없는 외딴섬이라서,
그 속의 심연 때문에 글을 쓴다.
심연이 내지르는 비릿한 검은 절규,
외딴섬이 부르짖는 그의 시는
여전히 무채색이다.
그 누구도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아무도 외딴섬이 아니다.

전에는 내가 여전히 외딴섬이었을 때
스스로 외딴섬이 아니려고
대륙에 붙어 보려고
안간힘으로 글을 썼다.
비린내 나는 시를.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전에는 내가 티끌처럼 날려가버리지 않으려고 매달려보려고
발버둥치며 글을 썼다.
우울하게 몸속 기름을 태웠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
눈먼 말들을 덧없이 토해냈다.
미치지 않으려고 미친 듯 발악했다.

그제나 이제나 여전히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이제는 내가 존재하므로 글을 쓴다.
내가 우주보다도 귀하기에 글을 쓴다.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니기에
대륙의 중심부에 붙어있기에 쓴다.
안간힘으로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의 팔이 나를 붙잡아 주기에 글을 쓴다.
그 누구도 뗄 수 없는
그 팔의 힘 때문에 쓴다.

그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

티끌조차도 꿈이 있고
지렁이와 개미까지도
하나 되고자 하는 꿈이 있기에
글을 쓴다.
여전히 이제나 저제나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포기되지 않았기에
글을 쓴다.



*하덕규의 노래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에서 인용.

서림 최승호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시인, 대구대학교 교수(국어교육학과) 서울 성광감리교회 집사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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