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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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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밭으로 갔다.
처음 이곳에 내려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던 그밭으로
지난 3년 동안 묵혀 두었던 그 밭으로
낫 한자루 톱 하나 그리고 물통을 챙겨 들고 밭으로 갔다.
가시덤불이 숲을 이루고
망초들 줄기가 내 키보다 더 웃자라
미친년 머리카락처럼 헝클어지고 널브러진 그 밭으로

여기에는 다랑이 밭들이 모두 일곱개나 있다.
이제 겨우 세 군데를 손보아 밭으로 모양을 만들었다.
풀들을 잘라내고 돌들은 골라내고
바위들도 캐내어 밭 언저리로 굴러낸다.
밭둑에 서 있는 나무들은 톱으로 잘라 낸다.

농사를 지어서는 제대로 살 수 없다는 형제들의 말과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자립이 힘들다는
형제들의 생각을 듣고 나는 다시 낫 한자루
톱 하나 들고 밭으로 갔다.

농사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시는 일인지
농부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내 마음먹은 대로
농촌 공동체를 이루는 길이 여기에 있음을 알기에
형제들 말을 다 듣고도
나는 다시 이곳 밭으로 돌아 왔다.

멋모르고 처음에는 자라난 풀들을 베어내고
나무들을 잘라내는데
풀은 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비록 사람들은 저를 반겨하지 않아도 생명으로 살아남아
지금껏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것을
예리한 낫으로 톱으로 잘라내노라니
자꾸만 가슴이 애려온다.
저도 생명인데 생명을 살린답시고
나는 또 다른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4월 햇살을 받아 나무들은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연초록 새순을 내는 것을
나는 가지를 꺽고 줄기를 잘라내고 있다.
미안타 참으로 미안타
나무가 아파하는 것 만큼 내 마음도 아파와
자꾸만 풀을 캐내며
나무를 잘라내며 속으로 입으로 중얼거린다.

생명이 살려면 생명이 죽어야하는구나.
이리하여 내 예수님이 나 같은 죄인 살리시려
십자가에서 못박히셨구나.
죽어야 사는 이 평범한 진리를 위해
주님은 죽으셨구나.
강한 나뭇가지가 약하디 약한 채소들을 살리겠다고
낫에 톱에 잘리워 나가듯이
내 주님이 못박히시고 창에 찔리셨구나.
나는 이 밭에서
묵혀졌던 이 밭에서 풀을 자르고
나무가지를 꺽으면서
생명이 죽어가는 것으로 인하여 울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서

미안타 참으로 미안타 중얼거리면서
날 위해 죽으신 주님으로 인하여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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