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조회 수 3209 추천 수 23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네가 이 아이를 사랑하느냐(8/24)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어느 봄날 의료선교팀과 함께 필리핀 단기 선교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8-9명이 한 팀이었는데, 저는 대만으로 가는 팀도 함께 맡았었기 때문에, 먼저 대만을 다녀오고 바로 이어서 필리핀으로 가는 팀을 인솔하여 선교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이 팀장이지, 제대로 준비 모임도 인도하지 못하여, 막상 필리핀으로 떠나는 당일 날에야 공항에서 처음 얼굴을 대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부팀장 이었던 형제는 같은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제게 말씀을 배운 형제였고, 또 한 형제는 대학에서 저에게 말씀을 배우고 있는 형제였습니다. 워낙 성품이 온유하고 신실한 두 사람이었고, 나머지 다른 분들도 너무 신령하고 온유하신 분들인지라, 팀장의 이러한 방만함에도 불구하고 출발하는 당일 아침 공항에 모인 우리 팀은 다른 팀에 전혀 기죽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사역지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약 4시간의 여행을 한 후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여 약품을 찾아 나오는데, 공항 경찰이 우리 팀의 약품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못하는 영어지만 콩글리쉬 실력과 손짓발짓으로 '이 약품은 필리핀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통관시켜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그분은 억지를 부리며 뭔가 흑심을 품은 눈빛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까? 이미 다른 팀들은 다 나갔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설명하다가, 도무지 말이 안통하기에(?) 저는 팔을 벌려 약품 상자를 두 손으로 딱 잡고는 방언으로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아 지금 생각해도 이 얼마나 무식하고 엉뚱한 행동이었는지...- 약 2분 정도 침튀기며 기도를 한 후에 얼굴을 들고 그분을 쳐다 보니까.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는 얼른 나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놀랠루야!!!!
공항을 나와 우리를 기다리시던 현지 선교사님을 반갑게 만나 인사를 드리고는 차(지프니)를 타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짐짝과 함께 다시 몇 시간을 더 여행을 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잠을 설치고 일어나 새벽 예배를 드린 후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안개가 자욱한 낯선 이국의 시골 마을을 돌아보았는데, 여기나 거기나 시골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날 아침부터 돌아오는 마지막날 저녁까지 우리 팀은 하루에 약 200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느라, 참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 마을에서 진료가 끝나면 정신없이 짐을 챙기고는 옆 마을로 옮겨서 다시 진료를 하는 그런 식이었죠.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진료, 약국, 전도팀으로 적절하게 인원을 배치하여 정말 눈코 뜰새 없는 중에도 질서정연하게 사역을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저는 특별히 영어도 잘 못하는 데다, 특별히 맡을 일도 없어서 처음에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자원해서 진료가 다 끝난 분들에게 약을 나누어 드리면서 복용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 기도해 드리는 일을 맡았습니다. 첫날에는 기도를 해도 큰 변화나 성령님의 직접적인 역사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 날밤, 그러니까 그곳에 온 둘째날 밤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기도회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우리들 각 심령에 가난한 필리핀 영혼들을 향한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마음이 아니라 분명 하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다들 눈물콧물 흘리며 기도를 드렸고, 다음날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도 약봉지를 받아들고 열심히 설명도 해드리고, 약을 받고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 드렸습니다. 참, 그날 아침에는 진료하는 의사선생님에게 진료하시다가 병명을 모르거나, 상태가 심한 사람이 있으면 약봉투에다가 사인을 해주시면 기도를 더 진하게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기도를 드리는데, 성령님께서 그들의 육신을 만지시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몸에 내가 손을 대고 기도를 하는데, 분명 내 손만 올렸는데, 눈을 감으면 따뜻한 누군가의 손길이 내 손위에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때부터 기도를 받는 사람들이 병에서 놓임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업혀온 사람이 자기발로 걸어가기도 하고, 복통을 호소하던 사람이 멀쩡해져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도를 받는 분들의 고침 받는 것보다도 그분들을 향한 주님의 애타하시는 마음이 너무도 강하게 제 마음을 짓눌러 기도를 드릴 때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그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마저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지요.
이틀인가 사흘이 지나고 우리는 낯선 어느 곳으로 다시 장소를 옮겨 진료를 하고, 또 소리내어 울며 기도하는 그런 이상한, 무료진료소도 같기도 하고, 광신적인 사이비 시술소 같기도 하였을 그런 사역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날, 태양이 무척이나 뜨겁게 느껴지던 그날 오후에 앞사람을 위해 흘린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던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다음 사람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약 8살쯤 되어 보이는 한 꼬마가 약간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하긴 이상하게 생긴 낯선 외국인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며 기도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보였겠지요. 그래서 그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다시 '너 어디 아프냐?' 하고 묻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업고, 안고 또 한 아이는 손을 잡은 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이 아이가 귀가 안들린다고 대신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알았노라고 말하고는 다시 그 아이를 쳐다보니, 얼굴에는 마른버짐이 나 있고, 머리에는 부스럼이 곳곳에 생겨 딱지가 안기도 하고 고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제 마음에는 좀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닙니까? 이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고 기도할만한 용기도 생기지 않았구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아이를 보며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 제 모습이 너무도 죄스럽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와락 그 아이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는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첫 기도는 그 아이를 위한 기도라기 보다는 어리석은 제 모습을 주 앞에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는 기도였습니다. '선교하겠다고 이곳까지 와서는 더럽다고, 추하다고 주저하다니 주여 나를 용서하옵소서....' 한참을 기도하는데, 문득 제 마음에 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네가 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느냐' 그래서 얼른 '예 제가 이 아이를 사랑하옵니다'라고 대답을 드렸습니다. 제 입은 계속 울고 있었구요. 그런데 다시 음성이 들리기를 '그렇다면 이 아이를 위해 일곱 번이라도 기도를 하겠느냐?'라고 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힘주어 '예 주님,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기도를 드리겠나이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계속 통곡을 하며 그 영혼을 위해, 그 아이를 위해 기도를 드리는데, 따스한 그분의 손길이 그 아이 머리 위에 올려져 있던 제 손 위로 느껴졌습니다. 함참을 그렇게 기도를 드리다가 눈을 뜨자, 이미 저와 이 아이 주변에는 그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그 아이를 바라보며, 저는 '자 나를 따라하거라' 하고 말하고는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그 아이는 똑똑한 목소리로 제 말을 따라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렐루야
이미 10년이나 더 지난 일이지만, 그 사건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중요한 교훈 한가지를 얻게 하였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주님께서 제게 물으셨던 말씀도 사랑이었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고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 삶이라는 분명한 교훈을 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0 2003년 4월 13일 예배 김용수 2003.04.22 5182
329 저수지?? 무익한 종 2003.05.02 3765
328 3월 20일 하루 무익한 종 2003.05.02 3640
327 수술을 받고 나서 무익한 종 2003.05.02 4403
326 꽃이 피어요 봄꽃이 무익한 종 2003.05.02 3975
325 숭실고등학교 부흥회인도 무익한 종 2003.05.02 3843
324 고장난 트랙터 무익한 종 2003.05.02 4585
323 마가 요한 무익한 종 2003.05.07 3620
322 눈을 치우며(02.2.13) 무익한 종 2003.05.07 3580
321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 (02.5.22) 무익한 종 2003.05.07 4208
320 미안타 참으로 미안타(02.4.12) 무익한 종 2003.05.07 3644
» 네가 이 아이를 사랑하느냐(00.12.22) 무익한 종 2003.05.07 3209
318 이건 누구 것이니?(1999.12.20) 무익한 종 2003.05.07 3151
317 두번째 고민(00.7.22) 1 무익한 종 2003.05.07 3024
316 토론토에서(00.12.6) 무익한 종 2003.05.07 2974
315 너희도 가려느냐(10/15) 무익한 종 2003.05.07 3312
314 문들아 들릴지어다(00.6.21) 무익한 종 2003.05.07 3288
313 레위 마태 무익한 종 2003.05.07 3269
312 오직 예수로 옷입게 하소서 무익한 종 2003.05.07 3239
311 우리는 그날을 기억할 것입니다(02.11.11) 무익한 종 2003.05.07 291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