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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3.05.07 17:11

토론토에서(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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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서(12/06)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조반을 챙겨 먹이고,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등교를 시킨 후 교회로 가는데 바람이 몹시도 불었습니다. 어찌나 바람이 불던지 가벼운 사람은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지럽게 비닐봉지가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바람먼지가 눈앞을 가로막는 정신없는 중에 제게 무엇이 떠올랐는지 아세요? 바로 대원리였습니다. 바람 부는 대원리, 무지막지하게 바람이 불면 앞산 소나무가 서럽게 울어대던 그곳 대원리가 문득 떠올라 길을 걷다가 한참을 멍하니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예정했던 대로 12월 1일에 다운타운 부근의 St Clair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토론토에 처음 올 때는 달랑 가방 몇 개에 옷과 책만 챙겨서 왔는데 이사 준비하며 여기저기서 구하고 얻은 것들로 막상 이사를 하려고 하니 짐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사하는 날 아침에 예상치 않았던 두 분의 집사님이 Van을 가지고 오셔서 차 3대로 아주 수월하게 일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주님의 미소, 그분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는 듯하여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이사하고 난 후 얼마나 즐거워하며 잘 지내는지 모릅니다. 거기서는 늘 살살 걸어야 했고, 떠들면 야단을 맞다보니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이곳으로 와서 자기들 마음대로 놀고 장난칠 수 있게 되자 너무 좋아합니다. 전학 온 학교에도 한국인 아이들이 한 명씩 있어서 아이들은 자기들의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쫑알거립니다.
아이들과 달리 저는 집사람이 놀랄 정도로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서 미소와 웃음을 다 거두어 가신 듯이 말입니다. 하루하루가 담즙을 삼키는 듯 하지만 다만 잠잠히 주님을 바라보며 그분 앞에 머무르려고 애를 씁니다. 예수님 앞에서 제 삶의 면면을 되돌아보며 사랑하는 주님 보시기에 선하지 않았던 것들을 제하고 합당하지 않았던 것들을 회개하는 시간들로 보내고 있습니다. 재를 뿌리듯, 내 옷을 찢듯 소리 없이 가슴을 쥐어짜며 오직 주님의 자비와 긍휼을, 그분의 무한하신 은혜를 간구 할뿐입니다.
여기 와서 생활하면서 가장 자주 묵상하는 것은 광야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던 곳, 가나안만 생각하고 모세를 따라 나왔다가 졸지에 만나게 되었던 곳 광야, 가나안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그곳 광야 말입니다. 황량한 그곳에도 오늘처럼 먼지바람이 몹시도 불었겠지요. 요즘은 그 광야 생활 중에서도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할 곳으로서의 광야를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 험악한 광야로 나가면서 이스라엘의 후손들은 마치 그들의 조상 이스라엘이 브엘세바를 도망 나오던 그날 밤처럼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체 황급히 나와야 했었지요. 비록 노예살이였지만 그 동안 정들었던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체 빈 몸으로 겨우 아이들만 들쳐업고 말입니다.
제가 사라와 결혼하기 전에 사라에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따라 오는 그 부요함이 두렵고 겁이 나오. 왜냐하면, 자칫 내게 가장 소중한 스승이요 친구인 가난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말이오' 그런데 저의 그러한 우려대로 전 지난 세월 속에 그 친구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큰 교회에 있으면서, 의사의 남편으로 살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했고 너무 많이 누리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저는 말로는 주님을 닮겠노라고 했지만 막상 저의 삶의 모습들은 맨발로 갈릴리를 거니시던 그분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이곳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이토록 무너져 내린 제 모습을 십자가 앞에 펼쳐두고 다만 주님의 긍휼과 무한하신 은혜만을 간구 하는 중입니다. 아버지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늦은 이 시간 창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얗게...
나뭇가지 위에도
길 위에도
사람들 머리 위에도
내 마음 속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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