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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3.09.07 22:36

비 내리는 오후에

조회 수 2710 추천 수 28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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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들 중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움직임은 동물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식물의 소리없는 움직임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새벽녘 동터오름을 따라 자신의 몸에서
남는 물들을 토해냅니다.
이른 아침에 풀잎에 맺히는 물방울은 이슬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토해내는 물들이 모여 이슬처럼
맺히기도 합니다.

햇빛이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흐린 날에는 흐린 날 대로
잎사귀가 하고 있는 모습은 각기 다릅니다.
비료를 너무 많이 받아들여 살이 찐 잎사귀와
굶주린 잎사귀의 모양새가 다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날에도
지쳐서 흐느적거리는지
감사와 평강으로 춤추듯 흔들거리는지
아는 사람은 압니다.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로만 가득하지 아니하고
모래로만 가득하지 아니한
좋은 흙은 숨을 쉽니다.
발로 밟으면 한없는 대지의 부드러움과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조금 가져다 입에 넣으면 침과 뒤섞이며
부끄러운 몸짓으로 녹아들어
구수한 내음을 느끼게 합니다.
땅은 움직이지 않는 딱딱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살아 숨쉬고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비갠 오후에 밭에 나가
옷이 젖으면 젖는 대로 가만히 앉아
신을 벗고 대지를 밟습니다.
젖은 장갑을 벗고 맨 손으로 젖은 흙을 만집니다.
비가 멎으며 드러나는 흙은
긴 잠수 끝에 떠오른 사람이 가쁜 숨을 몰아쉬듯
그렇게 창공의 기운을 빨아 드리는 듯 합니다.
사람이 젖은 옷 입기를 싫어하듯
땅도 젖은 몸으로 서 있기를 싫어합니다.
뽀송뽀송하여 만지면 기분 좋은 피부를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가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자주 내리는 날에
밭에 나가 손도 발도 온 몸도 젖은 상태로
젖어 있는 대지에 앉아 있으려니
나만 오돌오돌 떨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지와 나를 떨게 하는 것은 비의 눅눅함만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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