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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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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한 바람이 불더니 이내 비가 내렸습니다.

차가운 빗방울들이 스칠 때마다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뚝뚝 떨어집니다.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양동현 집사님을 따라 콤바인으로 마을 어르신들 논 타작하는 일을 돕습니다.

노랗게 익은 벼들을 수확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노라면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다 익은 벼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열매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또 어디로 돌아가 다시 싹을 틔울지를 아는

지혜와 겸손을 벼들에게서 배웁니다.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마음껏 태양을 호흡하던 잎사귀들은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하늘을 바라보다 넓은 대지의 품에 안깁니다.

식물들은 하늘의 은혜를 온 몸으로 받아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대지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거룩한 존재들입니다.

목사가 어떠해야 하는지

목자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식물에게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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