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풍경

by 무익한 종 posted Nov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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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푸르른 모습으로 바람에 나부끼며 햇볕을 받아 반짝이던
나뭇잎들이 한줌도 못되는 차가운 서리 앞에
빛을 잃고 생기를 잃고 가지를 붙잡을 기운마저 잃어
음력 10월이면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누구도 마음 주지 않는 텅빈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추수가 다 끝난 논과 밭에 서서
비상하는 낙엽들의 가벼운 몸짓을 오래도록 지켜보았습니다.
이리저리 바람을 따라 어지럽게 날아오르지만 끝내
시리디 시린 언 땅으로 내려 앉습니다.
200일도 못되는 짧은 생의 끝은 어김없이
자신이 왔던 대지의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말목을 다 뽑아버린 고추밭의 고추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잎들은 이미 서리를 맞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결국은 바람에 부서지며 흙으로 되돌아갑니다.
아직 줄기들은 제 모습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바스라지고 녹아들어 흙이 됩니다.

6개월이 걸려 모양이 만들어진 것들을 6개월에
1년의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은 1년 정도의 시간 속에
흙으로 되돌아갑니다.
굵은 나무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거니와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
인생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전3:20,21)

내 인생의 어느 날에도 바람을 따라 흩어지는 저 낙엽들과 같으리니
엘리야의 겉옷처럼 떨구고 가야할 것들에 집착하지 않기를
거룩하신 내 주 예수로만 옷입게 하사
주님 부르시는 날 날아 오르다 내려 앉는 낙엽과 달리
거룩하신 주님의 보좌 앞까지 나아가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라고 이르시며
빙그레 웃어주실 그분의 미소로 나는 만족하리니....

오 주여 오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