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우슬초

by 무익한 종 posted Jun 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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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떨기의 우슬초
몸을 추스릴 힘도 없어 흙담을 따라 흐느적 거리다
바람이라도 불면 어김없이 땅으로 쓰러지던 보잘것 없는 넝쿨
보아주는 이도, 찾아오는 이도 없던 나를
당신의 보드라운 손길이 어느날 나를 붙잡으시고
감히 나는 당신의  손을 따라 거룩한 지성소로 들어갔나이다.
모든 식물들이 부러워하는 몸이 되어
나는 당신의 존전에 섰나이다.
약하디 약한 내 온몸의 마디마디
약하디 약한 내 잎파리마다
그대 흘리신 보혈로 적셔지고
피를 머금은 나는 가장 화려한 몸짓으로
속죄소 그 거룩한 곳에서 춤을 추는 나비가 됩니다.
사람들의 죄를 고하는 당신의 읊조림을 따라
나의 몸은 당신의 보혈을 흩뿌리고
피는 죄를 덮고 죄는 피로 사라지더이다.
그대 흘리신 보혈이 내 몸을 따라 사방으로 흩어지고
죄가 사라지면
나는 축느러진 가여운 모습으로 소리없이 사라지지만
죄에서 해방되어 노래하는 영혼을 따라
나의 영혼은 춤추는 나비가 되어
그대 만드신 파란 하늘을 따라 날아오릅니다.

나는 당신의 고결한 피를 머금은 한떨기 우슬초
그대의 손길을 따라 어둠 속에서 춤추는 우슬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