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05.05.04 22:12

논에 물을 대면서

조회 수 2960 추천 수 12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올해 초에 마을 어르신들의 요청으로
수 십 년을 농사만 지으며 살아오신 분들 앞에서
저희 공동체가 하고 있는 농업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밖에 나가서 제가 농업에 대해
강의를 했다고 우쭐해 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에 올해 빌린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삽과 호스를 한 다발 들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작년에 빌렸던 논은 물을 대기 힘들어 정말 애를 먹었거든요.
작년 생각하며 물이 많은 높은 곳에서 호스를 이용해서
논까지 물을 끌어드릴려고 그렇게 한 것이지요.
그래서 물이 많은 곳을 찾아서 호스를 막 설치하려고 하는데
멀리서 장씨 어르신이 '어이~'라고 손짓까지 하시며 저를 부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하던 일을 멈추고 어르신 앞으로 가니까
아, 목사님이셨어요. 하시며
그 논에 물을 대려면 그래서는 안돼요
하시며 논에 물을 대는 법을 아주 상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호스를 거두어 드리고
어르신이 시키신 대로 물고를 찾아 뚫어주고
막힌 물길을 다시 뚫어주면서 논에 물이 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젖은 흙을 삽으로 퍼내는 일은 정말 진땀나는 일입니다.
팔이 후들거리고, 다리도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래도 논에 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얼마나 흐뭇하고 좋은지 모릅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제 논에 물들어가는 것보다
더 보기 좋은 것이 없다시던 어르신들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일 마치고 장씨 어르신 앞으로 지나오며 크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리며 다시 감사를 표했습니다.
삽을 어깨에 지고 하늘 보며 오다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우쭐대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서 말입니다.
아무 말 없이 제 말이 귀를 기울여 주시던
어르신들이 얼마나 귀한 분들이고, 겸손한 분들이신지
온 대지를 감싸 안으면서도 아무 말도 없는
저 하늘만 같아서 오늘은 나도 우리 어르신들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 ?
    유명종 2005.05.10 02:25
    논의 원리가 참으로 궁금하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때도 그랬지만 물이 빠지지 않는 구조가 말이죠...그리고 목사님의 깨달음이 제게도 도움이 되는군요. 샬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0 평화원 개원식을 다녀와서 무익한 종 2005.02.24 3068
229 잘 다녀왔습니다. 무익한 종 2005.03.17 2799
228 나도 당신처럼 무익한 종 2005.03.18 2933
227 복음이 떡과 함께, 계란과 함께 1 무익한 종 2005.03.27 2876
226 부활의 몸을 보려거든 1 무익한 종 2005.03.28 2864
225 마을이 뒤숭숭해요 1 무익한 종 2005.04.01 3056
224 모판 작업을 하면서 무익한 종 2005.04.08 3129
223 난 저들도 사랑해 무익한 종 2005.04.14 2880
222 돌을 골라내며 무익한 종 2005.04.22 2853
221 다시 빌린 밭에서 1 무익한 종 2005.04.24 3090
» 논에 물을 대면서 1 무익한 종 2005.05.04 2960
219 쌀겨를 뿌리고 왔습니다. 1 무익한 종 2005.05.05 3047
218 비내리는 밤 2 무익한 종 2005.05.11 2930
217 컨테이너와 골함석 1 무익한 종 2005.05.18 6259
216 지혜와 이익이 흐르는 물길 무익한 종 2005.05.19 2993
215 내 주님의 죽으심 이후에 1 무익한 종 2005.05.26 2969
214 비를 내리시는 날 논에서 1 무익한 종 2005.06.01 2968
213 흠모할 만한 것이 하나 없는 내 주님 같은 마을이여 1 무익한 종 2005.06.02 4627
212 땀내나는 내 주님의 사랑이여 무익한 종 2005.06.07 2953
211 공동노동 무익한 종 2005.06.23 433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