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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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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흔히 사람들은 말하고, 또 그 말이 호들갑스러운 말쟁이들의 수다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오월의 신록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나무들 마다 각양 제 색깔, 제 모양으로 잎을 내고 꽃을 피워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오월의 산하는 어디를 둘러봐도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하지만 5월은 농부들에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입니다.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논과 밭을 갈아 땅을 깨우고, 거기다 거름을 뿌려 기운을 차리게 합니다. 비탈진 밭들은 소로 쟁기를 갈고 반듯한 땅들은 기계로 골을 타고 옷을 입혀 곱게 단장하여 새로운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시킵니다. 그리고 바로 이 5월이 되면 논과 밭은 그 동안 친정에서 온갖 사랑을 받으며 곱디곱게 자란 새색시들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마을 같은 경우, 밭들에는 주로 키 크고 멋스럽게 생긴 고추들이 시집을 옵니다. 물론 좀 게으른 밭들은 감꽃이 필 무렵부터 털이 보송보송 난 깨나 키 작은 배추아씨들을 만나게 되지요.
오월의 논은 물로 가득 찹니다. 거름을 뿌린 논을 갈고 거기다 물을 대면 흙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모습으로 변합니다. 물의 부드러움을 닮는 건지, 물을 만드신 그분의 성품을 닮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드라운 모습이 되어 연하디 연한 어린 벼의 잔뿌리들을 받아드릴 속 깊은 품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5월의 논은 얼마나 물을 잘 받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가 판가름 날 정도입니다. 그리고 물을 잘 댈 수 있고 햇살이 놀러 오기에 좋은 논이 당연히 좋은 논이라고 누구나 말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다 보니 올해처럼 비가 드물게 내려 물이 부족한 해에는 논둑 여기저기서 고함질러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윗 논에서 열심히 물을 받아 놓으면 아래 논임자가 몰래 물을 빼 가면 여지없이 이튿날 아침에는 물 때문에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싸움박질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을처럼 아직 경지정리가 되지 않아 논둑이 지렁이 기어가듯 꼬불꼬불하고 층이 많은 다랭이 논들이 있을 경우, 이런 싸움은 날이 가물수록 더 심합니다. 더 힘든 경우는 윗 논임자가 좀 태평스러운 사람일 경우 모 심을 날짜는 다가오는데 윗 논임자는 논에 물 받을 생각도 않고, 논둑 만들 생각도 하는지 안하는지 모를 정도가 되면 아래 논임자는 물 때문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갑니다. 이럴 경우 싸움은 좀더 찐하게 진행되기 십상입니다.
그럼 농부들은 이토록 중요한 물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왔을까요? 아침마다 싸움박질 하지 않을 묘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답은 생각보다 훨씬 쉽습니다. 대게의 경우 큰 개울에서 논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작은 물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논둑이 지렁이를 닮았으니 당연히 그 작은 물길도 지렁이 사촌이겠지요. 이 꼬불꼬불한 물길을 지혜로운 농부들은 자기들 논을 손보기 전에 먼저 손을 보는 것입니다. 겨우내 무너진 물길의 둑을 보수하고, 물길을 막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여 물이 제대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각기 제 논에 물을 대기 전에 먼저 논과 논 사이의 물길을 따라 물이 찰랑거리며 요란스럽게 흐르게 만든 후에 제 각기 논을 손보게 되면 물 문제의 상당한 부분은 저절로 해결이 되고 땅의 이익은 뭇 사람에게 있다는 주님의 말씀도 실현되는 것이지요. 지혜와 이익은 멀리 있지 않고 논둑 바로 옆 물길을 따라 흐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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