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조회 수 3151 추천 수 25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이건 누구 것이니?(9/4)  

저는 계획 세우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제 책상은 늘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어떤 일을 맡아서 그 일에 대해 아주 자세한 계획서를 만들고
또 그것을 이루어가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편입니다.
이런 저의 습관은 지리산 사역을 할 때부터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때 천여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기관이나 교회에 속하여 있고
또 각기 다른 은사를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지리산 각 교회들의 필요와
사역을 따라 배치하고 협력하여 사역을 하게 하기 위해
밤늦도록 머리를 짜내어 사역 계획서를 짜던 것이 몸에 익숙해 진 것이지요.
온누리 교회에 있을 때도 이런 습관은 유감없이 발휘되기도 했습니다.
제 버릇 남 못준다고 이곳 보은으로 내려올 때에도 12월에 교회를 사임 한 후
수 주일 동안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계획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수차례 보은을 답사, 정탐하기도 하고
보은군과 충청북도의 통계연감을 복사하여 자세히 살피다 보니
해야할 일들이 끝도 없이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런 계획들과 사역들을 년도 별로 정리하였습니다.
가령 1년 후, 3년 후,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 공동체의 모습과 사역들이
점진적으로 확장되어가는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이지요.
그 분량이 지금 생각에도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계획서를 공개 하지는 않고 혼자서 보고 묵상도 하고
수정도 하면서 기도할 때는 그 내용을 가지고 기도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98년 봄, 보은 읍네에 있는 집에서 살 때였습니다.
늦은 밤에 혼자서 다시 그 계획서를 꺼집어 내어 찬찬히 훓어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문득 제게 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이건 누구 것이니?"
.
.
.
.
.
전 정말 깜짝 놀랐고 순간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공동체를 하겠다고
주님의 몸을 세우겠다고 내려와서는
머리이신 주님의 뜻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여기까지 와서도 여전히 내 생각, 내 계획에 사로 잡혀 있었던
제 모습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잠시 후 저는 몸을 일으켜 앉아서는 그 계획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에 들어있던 화일도 깨끗이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주님 앞에 회개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요즘도 문득 문득, 제 생각이 앞설 때가 있고
제 계획이 춤출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그때 제가 찢어 버렸던 그 계획서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때 제게 말씀하시던 주님의 음성을 기억합니다.

"이건 누구 것이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0 이별의 슬픔이여 무익한 종 2005.08.11 3189
249 고추밭 약주기 1 무익한 종 2003.07.24 3171
248 휴~ 감사 감사! 또 감사 1 무익한 종 2006.04.20 3171
247 이스마엘이나 살게 하소서 무익한 종 2005.01.04 3166
246 충청도 첫 마을에서부터 무익한 종 2006.04.06 3154
245 추비를 주고 나오며 무익한 종 2006.07.07 3152
» 이건 누구 것이니?(1999.12.20) 무익한 종 2003.05.07 3151
243 가을 푸르른 하늘처럼 무익한 종 2006.09.02 3143
242 자재 하역과 비 무익한 종 2008.05.13 3141
241 초록, 붉음을 지나 하얀색으로 변해가듯 1 무익한 종 2005.12.13 3139
240 예배당 무익한 종 2005.10.26 3138
239 파이잘리 1 무익한 종 2010.01.10 3137
238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이 길을 무익한 종 2008.04.01 3131
237 비를 내리십니다. 1 무익한 종 2010.02.27 3130
236 모판 작업을 하면서 무익한 종 2005.04.08 3129
235 타작하는 양집사님 file 무익한 종 2008.10.21 3129
234 더운날 땀흘리는 일들 무익한 종 2006.08.15 3125
233 포근한 10월 그리고 11월 초순 무익한 종 2006.11.02 3121
232 춤추는 우슬초 3 무익한 종 2004.06.21 3116
231 그분의 말씀이 나를 살리고 1 무익한 종 2005.01.30 31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