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05.04.08 12:26

모판 작업을 하면서

조회 수 3129 추천 수 18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제, 오늘은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모판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아름다운 두레의 전통이
아직 우리 마을에 남아 있어 참 좋습니다.
영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옆에 와서 말이라도 한마디 거드십니다.
그보다 조금이라도 젊으신 분들은 늦은 저녁까지
쉴사이 없이 손을 놀리며 각 집에서 필요로 하는 모판을 만듭니다.
왁자지껄 떠들고, 웃으며 일을 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정겹습니다.

우리는 올해 볍씨를 먼저 짠 소금물에 담궈
소독과 알곡을 선별하는 작업을 한 다음,
60도 뜨거운 물에 7분 동안 볍씨를 담궈 다시 소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현미식초, 녹즙, 한방영양제 등을 섞은
종자처리액에 7시간을 담궈 볍씨들이 활력을 갖게 한 다음
미리 만들어둔 상토담은 모판에 가장 성글게 뿌려주었습니다.
모판이 놓일 곳에는 미생물로 발효를 시킨 미강을
뿌려주어 토양기반조성도 하였습니다.
이제 한번 기대해볼까요 사랑스러운 볍씨들이 얼마나
잘 자라는지 말이예요.

모판 작업을 하는 동안 마을 어르신이 가장 불안해 하시고
염려하시는 일은 단연 수도원 문제였습니다.
4월 5일을 기점으로 이미 바른골에는 묘목 수 천 그루를 심었습니다.
오늘 면장님이 오셔서 뒤뜸을 해주시길 천주교측에서
이번엔 창고를 짓겠다고 신고를 접수시켰다고 하시는군요.

힘없는 농민들이 먹고 마시는 상수원에 유실수를 심고
거기다 독한 농약과 비료를 뿌리고 거름을 하게되면 그 잔류물들이
그 아래 있는 마을 상수원의 집수장으로 다 모여들텐데도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거기다 집을 짓고 사람들이 모여살게 되면
자연의 파괴와 더불어 마을의 상수원은
영영 그 달콤한 물맛을 잃게되지나 않을까 정말 염려하십니다.
오늘 밤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모아 이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토론하고 방향성을 잡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바쁜 이 사람들은 농민들의 여린 가슴을
지치고 힘든 마음들을 더 힘들게 하는군요.

한 분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목사님, 우리 같은 무식한 농민들이 뭘 알겠어요.
저 물을 지키긴 지켜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요
목사님, 기도많이 해주셔서 꼭 저 물과 마을을 지키게 도와주세요.'
저는 이 분의 말씀을 들으며
주님이 복이 있다고 하신 가난한 자들
어디 하소연 할 곳도, 도움을 받을 곳도 없는
그리하여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심령들을 느꼈습니다.

일 년 동안 죽도록 고생해야 겨우 5백 만 원 될까 말까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식들, 손자들 챙기시며 살아가시는 이분들을
저리도 가슴 아프게 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참 많이 아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0 이별의 슬픔이여 무익한 종 2005.08.11 3189
249 고추밭 약주기 1 무익한 종 2003.07.24 3171
248 휴~ 감사 감사! 또 감사 1 무익한 종 2006.04.20 3171
247 이스마엘이나 살게 하소서 무익한 종 2005.01.04 3166
246 충청도 첫 마을에서부터 무익한 종 2006.04.06 3154
245 추비를 주고 나오며 무익한 종 2006.07.07 3152
244 이건 누구 것이니?(1999.12.20) 무익한 종 2003.05.07 3151
243 가을 푸르른 하늘처럼 무익한 종 2006.09.02 3143
242 자재 하역과 비 무익한 종 2008.05.13 3141
241 초록, 붉음을 지나 하얀색으로 변해가듯 1 무익한 종 2005.12.13 3139
240 예배당 무익한 종 2005.10.26 3138
239 파이잘리 1 무익한 종 2010.01.10 3137
238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이 길을 무익한 종 2008.04.01 3131
237 비를 내리십니다. 1 무익한 종 2010.02.27 3130
» 모판 작업을 하면서 무익한 종 2005.04.08 3129
235 타작하는 양집사님 file 무익한 종 2008.10.21 3129
234 더운날 땀흘리는 일들 무익한 종 2006.08.15 3125
233 포근한 10월 그리고 11월 초순 무익한 종 2006.11.02 3121
232 춤추는 우슬초 3 무익한 종 2004.06.21 3116
231 그분의 말씀이 나를 살리고 1 무익한 종 2005.01.30 31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