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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7.10.13 17:53

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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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에 제가 가끔 손님들 오시면 모시고 가는 곳이 있습니다.
선병국씨 고택이라고 옛날 거하게 살았던 사람의 자취가 물씬 풍기는 집입니다.
사랑채는 전통찻집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노라면 그 옛날 도포입고 갓쓴 선비들이
이곳과 비슷한 곳에 모여 앉아 중국에서 비밀리에 들여온
천주실의, 성경전서를 탐독하며 조선을 새롭게 할 길을 모색하던
장면이 상상이 되고,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모아 성경을 이야기 하면
정말 재미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삐걱거리는 마루가 반들반들거리고 열어둔 창 너머로 가지런한 돌담
그 너머로 곳게 솟은 미류나무
서까래를 받치고 서 있는 아름드리 기둥은 본래 생긴 모습 그대로의
유연한 곡선을 유지하고 있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철못하나 사용하지 않고
솜씨 좋게 연결한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밖으로 나와 하늘 아래 부드러운 곡선으로 기와가 놓여 있고
군데 군데 이끼와 풀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아름다움보다 가장 제 시선을 빼앗는 것은 기둥을 받치고 백년을 앉아 있는
주춧돌입니다. 말없이 이 큰 집을 지고 있는 모습이
볼수록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벌써 공동체 세월이 흘러 10년인데 돌아보면 고생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합니다.
고생같지도 않은 고생하고 그냥 먹고 살만 해서 과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그런 삶은 죽어도 싫습니다.

주를 위한 고생이라면 난 더 지독하게 하고 싶습니다. - 공동체 식구들이 보면 뭐라 하겠지만
저 주춧돌처럼 아주 땅속에 꽉 박혀서 내 소리도 죽고, 내 맵시도 사라지고
우뚝 솟은 십자가 기둥을 소리도 없이 맵시도 없이 그렇게 들고서서
오고오는 무수한 이들에게 쉼을 주는 그런 주춧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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