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기 형제님

by 무익한 종 posted Mar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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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님, 안녕하세요.
마니토바의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마음 속에서 일어납니다.
짧았던 캐나다 생활이 그만큼 우리 가족들에게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나봅니다.
이 훈 목사님 가족과 그곳에서 뵜던 많은 분들 지금도 다들 안녕하신지요.
공동체는 시작하셨나요?

우리는 요즘 봄 농사일로 조금씩 분주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주에는 고추 이식하고
이번 주부터는 모자리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오늘 오전엔 형제들이 다들 모여서 봄버섯 종균 접종하고
오후에는 차를 몰고 옆 마을 산으로 가서
황토를 두 차나 퍼왔습니다.

그런데 작년까지 빌려서 사용하던 논 1500평을 주인이 저희와 아무런 상의 없이
팔아 버려서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말았어요.
볍씨까지 다 준비해뒀는데 이렇게 되고나니 형제들이 많이 황당해 하고
힘들어 합니다. 겨우 농업에 헌신하고 집중하려고 하니까
가장 기초가 되는 땅 문제로 우리 형제들의 마음을 흔드는군요.
하지만 새벽에 모여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기도와 말씀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어떤한 어려움이 몰려와도 부르심 앞에 굳건히 서자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이럴 때마다 누군가 땅을 좀 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해집니다.
땅 없이 농사짓는 소작농의 서러움을 톡톡히 겪고 있는 셈이지요.

바람이 몹시도 붑니다. 하지만 이 바람이 더 이상 매섭지는 않습니다.
계곡 후미진 곳에는 버들강아지가 새순을 피웠더군요.
낯 선 곳에서 잘 보고 잘 배우십시오.
그리고 돌아와서 열심히 주를 위해 삽시다.
주를 위해 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