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by sarah posted Apr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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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서 사니까 산에 잘 올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렇지가 않았다. 산이 가파르고 오를라 치면 짐승들이 나올까봐 겁이 났었기 때문이다.

한 때 까르투시아 수도원 건설을 반대하는 금식 릴레이 기도를 하였었다. 바른 골을 개발하게 되면 황화철로 된 돌이 깨지면서 지하수가 오염될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그 수도원이 바른 골 산 정상에 깊고 높은 성처럼 서 있다. 그 곳에 올라가는 길도 아주 잘 닦여지게 되었다. 덕분에(?) 요즈음 나는 등산을 즐기게 되었다. 시멘트로 되어져 있기에 경사가 매우 심한데도 오르는데 미끄럽질 않다. 내려올 때만 무릎이 좀 시큰거릴 뿐이다.

시카고에서 안식 기간 동안 거의 매일같이 공원을 걸었었다. 산도 없는 곳, 땅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온통 하늘 옷자락에 덮이어 하늘을 보며 걸었었다.

 

이젠 온통 산자락에 둘러 쌓여 걷는다.

산 아래에선 봄바람이 매섭게 불어도 오르막길은 정말 고요하다.

나무들이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수도원에 다 다르면 꽤 높은 산 정상의 높이에서 이 산 저 산을 둘러볼 수 있다.

참 고요한 시간이다.

어느 날인가 소나무들을 보았다.

정말 가파른 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들, 그런데 대부분 곧게 서 있다.

“참 신기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아하 쟤들이 하늘을 보고 있구나. 그러니 딛고 있는 바닥의 가파름이 문제되지 않고 똑바로 자라 높이 설 수 있는 것이구나.”

내 지나간 시간을 자주 떠 올린다.

다 지우고 싶은데도 어쩜 그리도 짙게 새겨져 있는지..

기억의 파편들이 팥죽처럼 튀어 오를라치면 마음이 뒤틀리고 아파온다.

그럴 때마다 이 고요한 길을 나서서 걸으며 고요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저 소나무들처럼 하늘만을 향하도록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늘만을 보노라면 내가 있는 곳이 아무리 가파르더라도, 내가 서 있는 곳이 위태하고 힘들어도 내 인생 길은 곧바로 서게 되리라 믿는다.

굽이굽이 드리워진 산자락들 모두 조용히 나를 보아준다.

가만히 있는 것 같은 그들이 내게 일러준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너희의 하나님 됨을 알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