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LTTE’의 삶

by 김용수 posted Apr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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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LTTE’의 삶
박영근 선교사

스리랑카에 밀어닥친 지진해일로 인해 지난 2개월 동안 많은 NGO 단체들과 한국의 여러 교회들이 스리랑카의 여러 피해지역을 다녀갔다. 이번 온누리 교회 구호팀 중의 한 팀도 스리랑카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소위 ‘반군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동북쪽의 물라띠브 지역으로 의료사역을 잘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아마도 이 지역은 스리랑카에 지진 해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한번 가보지 못했을 뻔 했던 지역이기도하다.
이번 의료사역으로 반군지도자가 산다는 물라띠브 지역을 가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함께 의료사역을 했던 곳에서 2,000여명의 난민들을 책임지고 있던 반군 여 의사를 이틀 동안 옆에서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다.  
특히 이번 반군지역에서의 의료사역은 반군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완전히 씻는 계기가 되었고, 반군들의 군 복무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옆에서 잠깐 지켜보면서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믿고 섬기는 내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어떤 자세로 주님을 섬겨나가야 할지에 대한 귀한 가르침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오신 의사선생님 한 분이 난민촌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를 책임지면서 우리의 의료사역을 함께 도와주었던 반군 여의사에게서 군복에 계급장이 없는 것을 목격하고 ‘당신의 계급이 무엇이냐’하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살아생전에 계급은 없다’는 것이었다. 왜 계급이 없는지 다시 물은즉, ‘계급은 죽고 난 후에 주어진다’고 하였다.
그 말은 들은 나는 반군들의 군 생활이 ‘참으로 성경적이다’고 생각했다. 반군에게는 계급이 없다. 심지어 반군지도자에게도 계급은 없다. 오직 ‘지도자’라는 명칭만 있을 뿐이다. 살아생전에 계급이 없다는 말은 모든 군인이 동일한 입장에서 훈련을 받고 전투에 임한다는 뜻이며, 그리고 죽고 난 이후에 계급이 주어진다는 것은 그 군인이 살아생전에 어떤 자세로 전투에 임했는가에 따라, 그가 이 땅에서 행한 공력에 따라 상급이 주어진다는 뜻일 것이다.
원래 타밀인들은 3억 3천의 힌두신을 믿는 힌두교도들이다. 그러나 힌두교를 믿는 타밀인들이 자원하여 ‘LTTE’(Liberation of Timil Tigers Eelam, 타밀호랑이해방군)이라는 이름으로 군인이 되면 모두 무신론자가 된다. 반군인 LTTE에게는 신이 없다. 오직 반군 지도자 한 사람만을 섬길 뿐이다. 그 지도자 한 사람의 명령에 자폭하는 것에 목숨을 아까와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반군으로 자원했다는 말은 이미 목숨을 내놓았다는 말이 된다.
또한 이번 의료 사역 중에 잊을 수 없는 것은 반군들의 무덤이다. 원래 힌두인들에게는 무덤이 없다. 시신을 모두 불태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군들에게는 두 종류의 거대한 무덤이 있었다. 반군의 거점 지역인 키리노치와 물라띠브 지역에만 500-1000명의 규모의 국립묘지가 25개나 있다고 한다. 하나는 시신이 있는 무덤이요, 다른 하나는 시신이 없는 무덤이다. 시신이 있는 무덤은 정부군과 싸우다 죽은 반군들의 무덤이며, 시신이 없는 무덤은 정부군과 싸우다 심한 부상을 입고 스스로 자폭한 자들과 사령부의 지령을 받고 현 정부의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각료를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고 자폭하는 자폭테러단(주로 여자임)을 위한 것이다. 시신이 없는 무덤에는 비석만 세워져 있다.

B.C. 2세기경부터 2,000여년이 넘도록 자기 땅인 스리랑카의 북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오던 타밀인들이 지난 1948년 스리랑카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전체 인구의 74%를 차지하던 싱할리인들이 정권을 이양 받으면서 18% 정도 밖에 미치지 못하는 타밀인들을 대상으로 한 싱할리 정부의 무차별적인 학대는 자기 민족을 싱할리족으로부터 보호하기위해 지난 1972년 ‘LTTE’(Liberation of Timil Tigers Eelam)라는 이름으로 반군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되었고 여태껏 정부군과 대치해 오고 있다. 지금은 정부군과 LTTE가 휴전 협정을 맺어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간 지 3년을 넘기고 있으나 여전히 내전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LTTE의 군인정신을 통해 오직 한분 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영적군사로서의 나의 자세가 어떠해야함을 이번 기회에 스스로 한번 깨우쳐 본다.
영적군사로서의 내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자세는 ‘나의 상급은 주님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 땅에서 주어지는 상급은 대부분 서로를 비교함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상대방보다 내가 조금 더 잘하기 때문에 받는 것이 이 세상에서의 상급이다. 그렇기에 이 땅에서 상급을 얻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든 서로 서로를 비교하고 경쟁하며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상급을 바라보는 자는 주위를 위식하지 않아도 된다. 옆에 있는 사람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의 상급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때에 상급을 주시는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죽는 그 순간까지 충성을 다하는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성공’이란 의미도 마지막 날에 주님 앞에 섰을 때에 주님으로부터 단 한마디 음성을 듣는 것이리라. “착하고 충성된 영근아...”
영적군사로서의 내가 가져야 할 두 번째 자세는 오직 한분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는 삶을 사는 자는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삶’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인생을 사는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타밀반군들이 오직 한 지도자를 위해 그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듯, 나 또한 나의 목숨을 구해 주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셨던 예수님을 위해 내 목숨도 아끼지 않고 바치는 것이리라. 이미 나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나의 육신은 이미 죽었다. 십자가와 함께 이미 죽음을 취한 자에게 그 무엇이 두려우랴.
영적군사로서의 내가 가져야 할 세 번째 자세는 ‘부활에 대한 확고한 소망을 가지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반군들이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무덤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국가를 위해 충성한 그들을 아끼고 기억하며 가족들로 하여금 소망을 주기 위함이다. 특히 국가적인 사명을 띠고 자폭하는 자들에게는 국가적인 영웅으로 추앙 받으며,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는 평생 생계가 보장이 된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폭하는 것을 아주 명예롭게 생각하고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 순간의 죽음으로 영원한 영웅이 되며 새롭게 태어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즉 영원히 살아있는 영웅이 되는 것이기에 죽음을 불사하는 용맹한 전사들이 곧 LTTE이다.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자는 얻을 것이요...”      

짧은 기간이나마 물라띠브 반군지역의 한 여의사와 LTTE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목숨을 다해 한 지도자를 섬기는 섬김의 모습을 통해, 우주 만물을 지으시고 통치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는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 LTTE보다 못한 군한 군사가 되지 않기 위해 나의 마음을 더욱 굳세게 다져본다. ‘주님, 나로 하여금 완전무장한 영적군사의 삶을 살게 하옵소서’  

    
♠ 박영근/추행란(주얼,신실) 선교사 (bakyk@hanmail.net)
1. 오래 동안 지속되어 온 정부군과 LTTE간에 내전이 종식되게 하시고, 스리랑카에 하루 속히 전쟁이 없는 나라가 임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 자프나(3월16일)와 물라띠브(3월 24일) 지역에 온누리 교회에서 보내 온 구호품(자전거, 오토바이, 가방, 그물)을 전달 하고자 합니다. 전달되는 구호품과 함께 힌두신을 믿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향기가 전달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3. 아내의 악하선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후, 많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입맛이 새롭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입맛의 완전한 회복과 수술 부위의 통증이 없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4. 오는 7월에 안식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안식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