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용 목사님 서신

by posted Jan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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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소식 from Kyrgyz  
                            … 이 현용 선교사 입니다…

두부가 주는 기쁨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올해 받은 은혜보다 더 크고 많은 은혜가 여러분의 삶에 풍성하게 임하길 바랍니다.

선교지에서 보낸 12월은 작은 기쁨들이 있었던 달입니다.

아이들이 하고 있는 홈스클 첫 번째 보고서를 홈스쿨 본부에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한 것을 하나 하나 체크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노력했고 애썼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성실하게 했기에 많은 칭찬을 해주었고 부족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단계를 시작하게 된 아이들이 홈스쿨에 대해 많은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예와 다인이의 얼굴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직 러시아어로 하는 학교 공부는 힘들어 합니다. 4개월 밖에 안되었기에 조금 더 인내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과 28일에 아이들 학교에서 한학기를 마치는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발표회 참석하였습니다. 다예는 연습을 많이 못해서 참여하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인지 남자아이들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여자 아이들과는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반면 다인이는 한복을 입고 춤을 추고 전체 아이들과 하는 행사도 꽤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친구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아 영어 반 몸짓반을 하며 대화를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 저희 마음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1월 10일까지 방학입니다.
저희 부부에게 작은 기쁨은 키르키즈어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오쉬 대학 키르키즈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에게 오전엔 제가 오후엔 임은정선교사가 배우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학생은 저 혼자이지만 교수님이 열심히 가르쳐 주십니다. 키르키즈를 한달 배웠는데 어순이 우리와 같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하지만 역시 외국어입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변화가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명사, 동사의 어미가 인칭에 따라 변하는 것과 새로운 단어를 암기해 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영어보다 더 안되는 발음들이 있습니다. 제가 발음하는 것을 보시는 교수님이 안쓰럽게 처다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빨리 배워 이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 할수 있기를 기대하며 성실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기쁨이 있습니다. 그것은 두부의 발견입니다. 김장김치로 끊인 찌게나 된장찌게를 먹을 때면 뭔가 빠진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음식을 먹으며 아쉰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두부가 빠진 이유였습니다. 저는 두부를 참 좋아 합니다. 비쉬켁에선 고려인이 만드는 두부가 있어 사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오쉬엔 그런 고려인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두부를 중국 식당에서 만들어 파는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중국식당에서 만드는 두부는 회가루를 넣기 때문에 안 사먹는것이 좋다는 제니 선교사님의 말을 들었기에 사는 것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고려인이 만드는 두부가 생긴 것입니다. 한 선교사님 두부를 선물해주셔서 먹어보니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토론토에서 먹는 것 만큼이나 맛이 있었습니다. 임은정선교사도 좋았던지 당장 김치찌게를 두부를 넣고 끊였습니다. 저희 식구가 제일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3모를 신청했습니다. 조금 많은 듯하기도 합니다.
두부의 발견은 저희에겐 기쁨입니다.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먹어왔던 것을 계속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쁨입니다. 요즘 토론토에서 먹었던 오렌지, 망고, 귤, 짜장면, 떡복기, 오뎅, 월남국수가 생각이 났었습니다. 아쉬움을 주던 두부를 먹게 되니 잠시 그런 것들이 잊혀졌습니다.  
작은 것인데 큰 기쁨을 주는 것을 생각하며 일상에서 기쁨의 조건들이 많고 감사의 조건들이 많은데 너무나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두부를 먹을 수 있게된 오쉬에서 사는 것이 감사의 조건입니다. 이렇게 일상의 기쁨을 하나 하나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기쁨이 있습니다. 모든 목회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는 목회를 할 때 예배의 인도자, 설교자, 전달자였고 성도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도록 하는 격려자였었습니다. 그랬기에 기도회든 예배든 성도들의 분위기와 마음을 의식하려고 했고 진행에 마음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하나님앞에 나아가고, 드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기도드리는 모습이 형식적이었던 느낌이 듭니다. 이곳에 와서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드리는 자로 설려고 하니 참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4개월 동안 기도회나 예배에서 드리는 자로 설려고 하나님과 깊은 만남과 그분을 묵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저에게 기쁨입니다. 묵상의 기쁨과 예배의 감격이 저에게 회복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쉬는 성탄절보다 연말이 더 들뜨는 곳입니다. 성탄절 전날과 당일은 시장이나 중심지가 분비지 않았는데 연말이 되어가며 분비고 분위기가 들뜨고 있습니다. 새해 선물을 사고 함께 모여 즐기고 있습니다. 31일은 한국의 명절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가운데 24일 오수에 오쉬 도청에 작은 폭탄이 터졌습니다. 다행히 죽은 사람들은 없고 지키던 사람들이 조금 다쳤습니다. 아직도 알지 못하는 긴장이 이곳에 있는 듯합니다.
키르키즈와 우즈벡인들의 보이지 않는 반목, 마약과 에이즈의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 이슬람의 확장등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이미 하나님께서 부흥을 예배해 놓으셨습니다. 25일에 성탄 연합예배를 극장에서 드렸는데 600명의 성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곳에 모인 키르키즈인, 우즈벡인, 러시아인의 모든 성도들과 서양, 동양선교사들은 하나님이 이땅에 부흥을 주실 것이라는 강한 확신과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사로잡힌 600명의 성도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수이지만 이곳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울 강한 군사들입니다.
그 날이 수년내에 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것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넘치는 은혜를 누리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기도제목
1. 이땅 오쉬와 키르키즈에 영적 부흥이 일어나도록
2. 오쉬에 경제적인 안정과 사회적인 안정이 이루어지도록
3. 저희 가정의 건강을 위해
4. 아이들이 러시아어를 잘 익혀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이곳에 있는 것이 기쁘도록
5. 특별히 저희 부부의 언어의 진보를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6. 오쉬에서 사역하는 모든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