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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

21

2011-Dec

한미FTA와 기독교계의 대응(기독교사상 2012년 1월호 기고문)

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204.59.167 조회 수: 2031

월간 <기독교사상>에서 제게 기고문을 요청해서 열흘 전에 보낸 글입니다. 2012년 1월호는 한미FTA 특집으로 꾸며진다고 합니다.

 

 

한미FTA와 기독교계의 대응

 

박창수(전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

 

1. 한미FTA 추진 배경: 친(親)삼성 정권 실세들과 숭미(崇美) 관료들의 합작품

 

이해영 교수가 쓴 『낯선 식민지, 한미FTA』에 의하면, 한미FTA가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미국에서였다. 1988년 미상원이 미국제무역위원회에 아태지역 주요 국가와의 FTA 타당성조사를 의뢰하였고, 1998년 한국 외환위기 후 주한 미상공회의소가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FTA 추진을 요청하였으며, 미상원 재경위 위원장이 1999년과 2001년에 두 차례 한미FTA 추진법안을 미 의회에 상정하였다.

 

한국에서는 2003년 8월, 정부가 “FTA 추진 로드맵”을 작성한 것이 최초이다. 이 로드맵은 협상 대상국을 크게 단기 추진 대상국과 중장기 추진 대상국으로 구분하였는데, 미국은 중장기 추진 대상국으로 구분되었다. 곧 미국은 FTA 체결의 우선순위에서 나중이었다. 그러나 2004년 5월,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한미FTA 체결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고, 2004년 10월, 새로 부임한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가 “임기 내에 한미FTA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에 화답하듯이 김현종 전 본부장이 미무역대표부 대표와 회담을 갖고 한미FTA 체결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 후 2006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신년 연설에서 한미FTA 체결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2주 후에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 의회에서 한미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였고, 2007년 4월에 협상 타결을 발표함으로써, 국가 중대사를 그야말로 속도전으로 추진했다. 정부 스스로 제시한 FTA 추진 로드맵의 순서도 어겨 가며, 미국을 최단기 추진 대상국으로 변경하여 갑작스럽게 추진한 것이다.

 

한미FTA 추진 배경과 관련하여 시민사회에는 한 가지 의문이 항상 있었다. 도대체 왜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를 추진했는가? 이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가 2010년에 한 인터넷 언론에 나왔었다. “노무현의 ‘한미 FTA’, 삼성의 프로젝트였다”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였는데, 인터뷰에 응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미FTA는 삼성과 노무현 정권 실세들의 합작품이었다는 것이다(<프레시안>, 2010-04-19). 정 전 비서관에 의하면, 대표적으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삼성, 중앙일보 예외론’과 같은 논리를 펴기도 했는데, 재벌과 조·중·동은 개혁 대상이지만, 그 가운데서 삼성과 중앙일보는 예외라는 논리였다. 정 전 비서관은 2004년 11월경, 이광재 전 지사의 세미나 모임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측이 한미FTA에 대해 발제를 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에 의하면, 삼성이 한미FTA에서 원했던 핵심은 서비스 산업이었는데, 예컨대 국민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지고, 의료 부문이 민영화됐을 때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곳은 삼성생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삼성의 밀월 관계에 대한 증거는 많다. 삼성의 2인자였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인데, 노 전 대통령은 그를 ‘학수 선배’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고 한다. 노무현 정권에서 삼성전자 사장이 첫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가 국정원 최고정보책임자로 임명되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이광재 전 지사는 2011년 7월, 중국 유학을 가기 직전에 충남대에서 한 강연에서 한미FTA를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무시하면서까지 친(親)삼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현종 전 본부장은 당시 청와대 보고에서 “한미FTA를 통해 낡은 일본식 제도를 버리고 새로운 미국식 제도로 한국의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숭미(崇美) 이데올로기가 한미FTA 추진 배경에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한미FTA는 그 명칭과는 달리,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한국의 제도를 미국의 것으로 바꾸는 미국제도이식협정이라는 본질이 그의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그는 2009년에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으로 취임하였다. 한미FTA 추진배경의 주요인물인 노무현과 이광재와 김현종 모두, 삼성과 연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한미FTA는 친(親)삼성 정권 실세들과 숭미(崇美) 관료들의 합작품이었다.

 

2. 한미FTA 협상의 성격: 졸속 협상, 밀실 협상, 굴욕 협상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2003년 8월에 앞서 언급한 “FTA 추진 로드맵”을 만들 때부터 한미FTA를 구체적으로 추진했다고 발표했는데, 그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미FTA를 검토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의 한미FTA에 대한 협동 연구는 2005년 12월에야 발주되었다. 한미FTA가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실로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협상 준비에 소요된 시간은 극히 짧았던 것이다. 이것은 모두 한미FTA 협상이 ‘졸속으로’ 추진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은 협상기간 내내 투명한 협상과정 공개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반대진영의 목소리를 수렴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반대집회를 원천봉쇄했을 뿐 아니라 한미FTA 반대 홍보영상의 공중파 방송을 금지하였다. 이것은 모두 한미FTA 협상이 ‘밀실에서’ 추진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권 당시 통상교섭본부는 한미FTA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과 ‘4대 선결조건’을 논의하였다. 곧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약값 결정 시 미 제약회사의 발언권 보장,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의 폐지 등을 사전에 다 해결해야 한다고 협의한 것이다. 그리고 통상교섭본부는 미 행정부가 갖고 있는 무역 촉진 권한(TPA)이 만료되기 전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며, 미국의 일정에 맞춰 협상을 진행했다. 이것은 모두 한미FTA 협상이 ‘굴욕적으로’ 추진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요컨대 노무현 정권 당시 한미FTA 협상은 졸속 협상, 밀실 협상, 굴욕 협상이었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의 한미FTA 관련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특히 쇠고기와 자동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그래서 위키리크스의 폭로처럼 ‘뼛속까지 친미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FTA에 대한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산 쇠고기 연령제한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 수입 개방을 의미했다. 그러자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촛불 집회로 나타났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더 이상 재협상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자동차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굴복하여, 2010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개최된 한미FTA 통상장관 회의에서 자동차 분야를 미국의 요구대로 개정하는 한미FTA 재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재협상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문제제기해 온 한미FTA의 독소조항들과 문제점들은 전혀 언급도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은 졸속으로 밀실에서 굴욕적으로 한미FTA 재협상을 끝내버렸다. 그리고 2011년 10월, 미국 의회는 한미FTA이행법안을 가결했다. 그리고 11월, 이명박 대통령의 거수기인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한미FTA비준안을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3. 한미FTA에 대한 기독교계의 대응

 

한미FTA에 대한 기독교계의 대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비개입론’이고, 둘째는 ‘찬성론’이며, 셋째는 ‘반대론’이다. 필자는 반대론의 입장에서 이 세 가지를 차례로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FTA 비개입론의 경우, 그 예는 설교비평으로 잘 알려진 정용섭 목사의 주장이다. 그는 <기독교사상> 2008년 4월호에 “진보신학, 비판적 성찰 - 민중신학을 중심으로”를 기고하면서, 한미FTA 반대 주장을 관념적이라고 치부하였다. 그는 자신을 “개인적으로 한미 FTA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그것은 현재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성인으로 선택한 것뿐이지 기독교신앙의 이름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경제 전문가들에게도 첨예하게 논쟁거리가 되는 주제를 신학자, 또는 목회자가 나서서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그 사안의 실체를 놓치고 변죽을 울릴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하면서, “기도회를 열고 시위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리를 획득해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게 관념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그가 드러낸 한미FTA에 대한 이해는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하였다. 그는 수출입에 의해 이익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언급하였는데, 이것은 그가 한미FTA를 단순한 무역자유화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준다. 이 점은 정용섭 목사의 다른 글에서도 확인된다. “나는 FTA의 속사정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것에 관해서 아는 게 없다. 그러나 기본은 뻔한 이야기 아닌가. 양국 간의 무역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양국의 기업이 잘 되자는 것이다.”(정용섭,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단상”).

 

그러나 이것은 한미FTA에 대한 잘못된 이해이다. 한미FTA는 단순한 무역자유화가 아니라, 한미FTA를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처럼, 본질적으로 미국의 경제사회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협정이다. 한미FTA가 실행되면 빈부 양극화가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한마디로 정용섭 목사는 정작 자기 자신이 한미FTA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의 본질을 통찰했기 때문에 그것을 반대한 기독교인들을 관념적이라고 비판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만약 그가 한미FTA의 실체가 단순한 무역자유화를 넘어 본질적으로 미국의 경제사회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협정으로서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알게 된다면, 그 때에도 그가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신앙의 이름으로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둘째, 한미FTA 찬성론의 경우, 그 예는 서경석 목사의 주장이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선진화시민행동, 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의 세상읽기 산악회” 등의 단체들은 <한미FTA 찬성 백만 명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 출정식 성명서 “지금은 FTA무효화투쟁에 정면으로 맞설 때입니다.”(2011년 12월 1일)에 의하면, “한미FTA의 필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는 당연히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해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의 15배가 되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는 반미(反美)이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경석 목사는 예장통합 교단이 주최한 한미FTA 찬반토론회에 찬성 측으로 나와서 ‘실사구시’ 입장에서 한미FTA를 바라보겠다고 발언했었다. 그러나 그의 실사구시에는 그 기본전제인 한미FTA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결핍되어 있다. 그도 정용섭 목사처럼 한미FTA를 단순한 무역자유화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실체적 진실을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실사구시가 가능하겠는가? 정용섭 목사의 비개입론은 서경석 목사에게 적용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만약 서경석 목사가 한미FTA의 본질이 미국식 제도를 이식하는 협정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그 때에도 그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미주의자들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가 한미FTA를 미국제도이식협정으로 올바르게 이해할 경우, 진정한 실사구시는 과연 미국식 경제사회제도가 바람직한 것인지 여부를 세밀하게 따지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미FTA를 추진한 주요 인사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점이 간과되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모두 기독교인들이다. 또한 한미FTA 비준을 주도한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또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대로 미국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고 말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모두 기독교인들이다. 이와 같이 기독교인들이 한미FTA를 추진해 온 현실 때문에, 한미FTA에 반대한 기독교인들은 동료 기독교인들의 잘못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더욱 더 한미FTA 저지 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한미FTA 반대론의 경우, 그 대표단체는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현 한미FTA폐기기독교연대)였다. 2006년 8월, <기독교계 한미FTA 대응 긴급 토론회> 개최에 이어, 2006년 9월,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거리행진이 있었다.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2011년 11월에 발전적으로 해체하여 한미FTA폐기기독교연대를 재조직하기까지 5년여 동안 한미FTA 저지를 위해 각 교단 총회를 방문하였고, 한미FTA 반대 서명운동과 교회 현수막 걸기 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기도회와 토론회와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하고 기자회견과 촛불기도회를 개최하였다. 성명서와 논평 발표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 국회 앞에서 한미FTA 비준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몇 달씩이나 전개했고, 한미FTA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언론 연속 기고 역시 몇 달씩이나 추진하였다.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소속의 12명의 목회자들이, 신앙과 양심에 근거하여 희생을 각오하고 국회 점거 행동을 시도하여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만 하루 동안 점거한 사건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두 기독교인으로서 장로들인데,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가 8일 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실에 각각 공문을 보내,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단 목회자들의 원내대표 면담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이 없었던 것에 따른 비폭력적 국회 점거 행동이었다. 이 목회자들은 기도회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뜨겁게 기도하였으며, 김진표, 정동영, 손학규 등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을 차례로 만나서 민주당이 한미FTA를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받아내었고,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 한미FTA 반대 서한을 전달하였다.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가 한미FTA에 반대한 이유는 기독교 신앙 때문이었다. 혹자는 국익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지만,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기독교적 판단 기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약자 보호’라고 판단하였다. 대표적으로 구약성서에서 안식일-안식년-희년으로 이어지는 희년 연관법의 정신도 그러하고, 신약성서에서 ‘주의 은혜의 해’(누가복음 4장 19절, 안식년과 희년을 통칭한 개념)를 선포하러 오신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에 담긴 정신이 그러하다. 그래서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가 주목하는 것은 “한미FTA에 의해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였다. 이 관점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곧 한미FTA에 의해 한국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을 보더라도 미국의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한미FTA가 본질적으로 부자와 강자(자동차 기업, 투자자, 다국적 제약업체 등)를 위해, 빈자와 약자(농민, 중소상인, 환자 등)를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협정이라고 판단하였고, 그 이유 때문에 반대하였다.

 

4. 한미FTA 저지를 위한 현장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

 

필자는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에서 초기 1년 동안은 집행위원으로, 다음 4년 동안은 사무국장으로 섬겼다. 필자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현장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였다. 대표적으로 2008년 2월,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한미FTA 저지를 위한 기독인 대각성 연합기도회, 거리 행진, 탑골공원 집회 및 국회 앞 촛불 기도회”가 진행되었었다. 당시 한미FTA를 둘러싼 정세는 심각하였다. 2007년 12월,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2008년 2월 임시국회 내 한미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였다. 또 전경련 등 재계도 한미FTA에 대한 2월 임시국회 조기 비준처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부시 미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방미를 요청하면서 한미FTA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2008년 2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한미FTA국회비준동의안이 회의 장소까지 바꿔가며 날치기 상정되었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한미FTA에 대한 미국 의회 비준을 명분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는데, 이에 한국 정부가 굴복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주류 정치세력이 모두 한미FTA 추진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FTA를 저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무력감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같은 일반 사회 운동뿐만 아니라 기독교 사회선교 운동 내부에도 존재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하나님께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으로, 그리고 문제의 근원으로 캐고 들어가서 직면하게 되는 우리의 죄악에 대해 하나님께 회개하고 우리의 삶과 행위를 돌이켜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한미FTA 저지를 위한 기독교계 연합 집회로서 “기독인 대각성 연합 기도회”를 준비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 집회를 통해서 연합된 기도의 능력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에큐메니칼-복음주의(에반젤리칼) 간 연합, 지역교회-사회선교단체 간 연합, 도시교회-농촌교회 간 연합”이라는 삼중 연합의 조직이었는데, 연합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 역시 그러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연합된 기도에 응답하셨다. 2008년 4월, 한나라당이 한미FTA 국회 비준 의지를 강하게 밝힌 가운데 이 대통령이 방미하여 한미FTA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규제 완화를 선물로 주려고 시도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범국민적인 촛불 항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당시 빠르게 추진되던 한미FTA 양국 의회 비준이 저지된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기적이었다. 당시 가녀린 여중고생들의 자발적인 촛불로부터 시작된 범국민적인 촛불 항쟁과 그 결과로서 한미FTA 비준 저지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필자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하나님은 한미FTA 반대 거리 행진과 같은 시위의 준비과정에서도 은혜를 베푸셨다. 필자는 “기독인 대각성 연합 기도회” 직후에 진행될 “거리 행진 및 탑골공원 집회”를 준비하는 실무자로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집회 신고서를 접수시키고 승인을 받기까지 총 5시간이 걸렸는데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다. 어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그것을 하나하나 모두 해결해 주셨다. 먼저 시민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인도가 아니라 차도로 시위 행렬이 가는 것을 경찰에게 승인받으려면 집회 최소 인원이 200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되었는데, 문제는 서류로 (성명, 나이, 주소, 전화 등 까다롭게 일일이 기재해서) 제출해야 하는 질서유지인의 수가 집회 인원의 10%인 최소 20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처음에 기재해 준 다섯 명 외에 더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고민하다가 기독교사회포럼 준비모임에 찾아가서 요청하였는데, 참석자들이 모두 흔쾌히 질서유지인으로 기재해 주고 전화까지 걸어서 모집해 준 덕분에 정확히 20명이 채워졌다.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것은, 2월 한 달 내내 일출부터 일몰까지 전 시간에 대해 탑골 공원 집회 승인을 받아서 탑골 공원을 선점하고 있는(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집회를 하지 않은) 한 극우 단체가 있었는데, 경찰은 이 단체의 집회 장소 사용을 거론하며, 그 단체가 집회취하서를 써 주지 않는 이상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의 탑골 공원 집회 승인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단체로부터 집회취하서를 받는 것은 몇 사람의 말씀처럼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단체의 대표의 전화번호를 경찰에게 얻어서 전화를 했는데 내부 논의를 거친 후 의외로 한 가지 요구 조건만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 요구대로 이메일로 보증서를 써서 보내 주고 그 회신 이메일로 집회취하서를 받았는데, 여기까지 모두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또 시민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차도 1개 차선 사용을 집회신청서에 기재했는데, 몇 사람의 말처럼 경찰이 선선이 허가해 주지 않으리라고 예상하였다. 그런데 담당자가 5시에 보고를 하러 올라가야 하니까 좀 일찍 와 달라고 부탁해서 그 요청대로 택시를 타고 일찍 도착해서 “일찍 오기 위해 택시를 타고 왔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니까 그 담당자가 고마워하면서 사실상 일사천리로 필자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승인을 해 주었다. 그 때가 집회 신고 한계선인 48시간 전의 거의 마지막 시점이었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기적 같은 은혜의 인도하심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5. 한미FTA 폐기는 가능하다!

 

한미FTA 저지와 폐기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였다. 허세욱 열사는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분신하였고, 한신대 신대원의 한 여학생은 한미FTA 폐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다가 교통사고로 소천하였다. 그리고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대표자들은 수십 일 동안 대한문 앞에서 단식하며 농성했다.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기독교인들도 단식기도를 이어갔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으며, 또 물대포를 맞았고,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런 많은 희생을 기억하며 말하고 싶다. 한미FTA 폐기는 가능하다! 우리가 기도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반드시 우리 기도를 이루어 주셔야 하는 의무가 하나님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행동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반드시 우리의 행동을 사용하여 이 역사를 구원해 주셔야 하는 의무가 하나님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도하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이루어 주시고 우리의 행동을 통해 이 역사를 구원해 주신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필자는 한미FTA가 국회 비준과 대통령 서명을 끝낸 현재의 이 암울한 상황에서 하나님이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동료 기독교인들에게 한미FTA 폐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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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오늘 발표한 <안철수의 약속>파일과 그 중 경제 및 서민 주거 정책에 대한 간단한 평가 file 박창수 2012-11-11 1151
113 안철수 캠프에 전달한 희년 주거권 보호 정책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file 박창수 2012-11-08 1757
112 용산에 희년을! - 대통령은 구속된 철거민들을 속히 사면해야 한다! 박창수 2012-01-22 2052
111 [희년의 사람들] 나중석 선생과 제2의 토지개혁 박창수 2012-01-21 2041
110 [희년의 사람들] 박복영 선생과 문준경 전도사 - 사회적 책임과 전도가 용서와 만날 때 박창수 2012-01-17 2225
» 한미FTA와 기독교계의 대응(기독교사상 2012년 1월호 기고문) 박창수 2011-12-21 2031
108 한미FTA 비판 강연회 자료집과 영상 file 박창수 2011-11-23 2108
107 [성명서] 한나라당의 한미FTA 국회 비준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한다! 박창수 2011-11-23 1967
106 한미FTA, 희년적 토지공개념 제도 위협 박창수 2011-11-18 2338
105 모이자, 19일(토) 서울 광장에서! 박창수 2011-11-17 2022
104 11월 19일(토) 한미FTA 비판 강연회에 초대합니다. 박창수 2011-11-15 1968
103 한미FTA 국회 졸속 비준 반대 기독 지식인 기자회견문 및 서명자 명단 박창수 2011-10-29 2385
102 목사들의 국회 점거 24시 박창수 2011-10-29 2414
101 2011년 한∙미 FTA 국민보고서 file 박창수 2011-10-17 2037